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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진료'만 하는 의원 등장…그가 원격진료 택한 이유는?

발행날짜: 2022-04-20 05:30:00

아산케이의원 이의선 원장 "유동적인 스케줄에 개원 결정"
"만족도 높고 취약계층에 긍정적…본인확인 절차는 우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비대면진료 법제화를 결정하면서 이에 대한 의료계 관심과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개원가에선 벌써부터 비대면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원이 등장했다.

19일 메디칼타임즈는 비대면진료 전문 의원인 아산케이의원을 방문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이의선 원장은 비대면진료에 뛰어든 계기로 코로나19 시국에 의료현장에 뛰어들 수 없어 죄책감을 느끼던 시기를 꼽았다.

아산케이의원 이의선 원장

고대구로병원에서 근무하던 이 원장은 고된 응급실 현장 업무로 자녀계획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응급실 대신 보건소, 소방청, 중앙응급의료센터 지원업무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건강이 악화해 진료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

그는 본인의 건강을 지키면서 사회에 기여할 방법으로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다가 비대면진료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오미크론 여파로 확진자가 폭증할 당시 일을 쉬고 있었는데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죄책감을 느꼈다"며 "하지만 야간에 근무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고 처음엔 낮에 만이라도 감염병 대응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환자가 필요할 때 본인의 스케줄이나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케줄을 유동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면서 환자의 요구를 즉각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비대면진료에 매력을 느껴 전문 의원을 개원하게 됐다는 것.

아산케이의원 진료실은 일반적인 병·의원과 달리 IT회사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이 원장은 3개의 모니터와 태블릿PC를 이용해 진료를 보고 있었다. 한 화면엔 여러 개의 비대면진료 플랫폼 웹사이트가 띄워져 있고 나머지 두 화면엔 클라우드 EMR 트루닥이 켜져 있었다. 태블릿PC는 환자와의 전화 및 영상통화에 사용됐다.

진료 요청을 수락하는 방식은 앱에 따라 다양했다. 닥터나우 등 대부분 플랫폼은 환자가 의료기관에 진료를 요청하면, 의사가 이를 차례대로 수락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굿닥은 모든 환자들의 진료요청이 한 번에 뜨고 이를 의사가 골라서 수락하는 방식이었다.

진료요청엔 환자의 증상이 명시돼 있다. 의사는 이를 읽고 환자에게 전화를 건 뒤 상담을 통해 더 자세한 증상을 묻고 이를 완화할 방법을 안내한다. 이후 관련 의약품을 처방해 주는데 처방전은 PDF파일로 출력해 앱을 통해 환자에게 전달한다. 코로나19 확진자인 경우 DUR을 통해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산케이의원은 20여 개 비대면진료 플랫폼과 제휴를 맺은 상황이다. 청구는 일반적인 의료기관과 동일하게 진행되지만 3~4% 수수료가 발생한다. 본인부담금이 발생할 경우 플랫폼이 이를 대신 받아 의료기관에 돌려준다.

아산케이의원 진료실

이 원장은 비대면진료에 대한 환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전했다. 처방전을 받기 위해 의료기관에 방문하는 수고를 덜 수 있는 덕분이다. 또 어린 자녀를 둔 부모, 장애인을 둔 가족, 거동이 불편한 노년층 등 의료취약계층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린 자녀나 장애인 가족들이 애를 데리고 나가려면 마스크를 씌우는 것부터 전쟁이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는 별도로 차량을 빌려 이동하는 데에만 10만~20만 원이 든다"며 "이런 분들이 의료기관에 방문하려면 많은 사회적 비용이 낭비된다. 비대면진료에 참여하면서 이런 서비스가 정말 필요한 계층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정부 방역정책에서 소외된 환자를 도운 일도 있다. 한 고위험군 환자가 계속되는 설사를 호소하고 있었는데 병상 배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 원장은 해당 지역 보건소 직원과 통화해 병상을 배정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개원에 필요한 초기비용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실제 이 원장은 보증금과 월세를 제외하고 소방 설비, 전자기기 구비 등에 1000만 원이 안 되는 비용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또 입지 선정에서 비교적 자유롭지만 유사시 대면진료로 전환하는 것을 염두에 둬야한다고 짚었다.

이 원장은 "비대면진료의 장점은 많은 부분에서 자유롭다는 것. 일반적인 의원은 직원 고용 문제도 신경 써야 하지만 본원은 의사만 출근하면 돼 큰 문제가 없다"며 "다른 일정이 있는 날엔 그냥 프로그램을 켜지 않으면 되니 근무 스케줄이 유동적인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비대면진료 현장

개원 초기 하루 30명이었던 환자 수가 현재 10명 정도로 감소한 것은 조심스럽다. 다만 이 원장은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비대면진료를 경험한 청년층 환자들의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비대면진료가 규제 샌드박스에 묶인 덕분에 향후 3년간은 관련 체계가 유지될 것으로 봤다.

환자 본인확인 절차가 미흡한 것은 우려사항으로 꼽았다. 일례로 이 원장은 한 환자가 중국인 친구가 아프다며 본인 명의로 약을 처방해달라는 요청을 받을 일화를 들었다.

그는 해당 환자에게 타인의 건강보험으로 의약품을 처방 받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라고 안내하고 진료 요청을 반려했다. 하지만 이 환자가 다른 앱을 통해 본인이 감기에 걸렸다고 말을 바꿔 다시 진료를 요청한 것을 발견했다.

이 원장은 "다른 곳에선 이 환자가 친구의 의약품을 대신 수령하려고 한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결국 처방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현재 비대면진료의 확인 절차로는 이 환자가 진짜 본인인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진료기록이 비정상적으로 많거나 동선이 큰 경우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외국인의 건강보험 도용 문제는 비대면진료 뿐만이 아니라 다른 의료현장에서도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