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뛰어넘는 신약이 나왔다."
차세대 당뇨병 신약 티제파타이드가 베일을 벗으면서 대한당뇨병학회 등 의학계가 임상적 활용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체중 감소 및 혈당 강하 효과에서 기존 약제들 대비 우월한 효과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도입 시기 만이 관건일 뿐 임상에서의 기대감은 더할 나위가 없다는 반응이다.
13일 당뇨병학회는 경주 하이코에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SURPASS 임상을 통해 베일을 벗은 티제파타이드에 대해 집중 점검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GLP-1과 함께 중요한 인크레틴 호르몬인 GIP(Glucose-dependent Insulinotropic Polypeptide)는 2형 당뇨병 환자에서 그 반응이 저하돼 있다는 이유로 그동안 치료제로 주목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여러 연구 결과에서 GIP 이 GLP-1과 함께 사용될 경우 혈당 강하 효과 및 체중 감소 효과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GIP/GLP-1 이중 수용체 작용제 개발이 활기를 찾게 됐다.
티제파타이드는 이중 수용체 작용제 중 가장 선두에 있는 약제로서 SURPASS라는 3상 임상 연구 결과를 통해 놀라운 혈당 강하 및 체중 감소 효과를 보고한 바 있다.
당뇨병학회는 본회의 강연을 통해 SURPASS 임상의 주 연구자인 미국 LA 국립연구기구 소속 플리아스(J. Frias) 교수를 초청, 항당뇨병 신약으로서 티제파타이드 임상 연구 결과와 함께, 비만 및 NASH 치료제로의 현재 진행 중인 연구 결과 등을 살피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간 혈당과 체중 감소에서 주목을 받은 약제는 세마글루타이드와 둘라글루타이드로 모두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주 1회 주사하는 GLP-1 제제다. 세마글루타이드는 SUSTAIN7 임상에서 둘라글루타이드 보다 앞서는 효과를 보였다.
플리아스 교수는 "티제파타이드는 GIP 펩타이드를 기반으로 GIP와 GLP-1 수용체 모두를 가지도록 수정돼 2개의 약동학적 타겟에 대응한다"며 "반감기는 116.7시간으로 주 1회 주사 용법을 가능케 한다"고 말했다.
그는 "둘라글루타이드 1.5mg과 티제파타이드의 혈당 수치 변화를 비교한 2b상에서부터 티제파타이드는 1mg을 제외하고 5, 10, 15mg는 용량 의존적으로 둘라글루타이드 보다 높은 혈당 감소 효과를 보였다"며 "체중 역시 둘라글루타이드가 베이스라인 대비 2.7kg 감소에 그치는데 반해 티제파타이드는 최대 11.3kg을 감소시키며 기대감을 불러모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토대로 2b상의 효능이 제대로 재현되는지 확인하기 위한 3상 SURPASS 임상이 기획됐다"며 "SURPASS 임상은 용량 증가에 따른 내약성 프로파일을 명확히 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SURPASS 임상은 총 6건이 진행됐거나 진행중이다. SURPASS-1은 위약과의 비교를, SURPASS-2는 세마글루타이드와 비교를, SURPASS-3은 데글루덱과 비교를, SURPASS-4는 글라진과 비교했다. SURPASS-5/6은 인슐린과 결합했을 때의 병합 효과를 살피기 위해 기획됐다.
478명을 대상으로 한 SURPASS-1 임상 결과 티제파타이드 5/10/15mg은 각각 기저치 대비 혈당 수치가 1.8, 1.7, 1.7 하락했다.
세마글루타이드와 비교한 SURPASS-2에선 1.9 감소에 그친 세마글루타이드 대비 티제파타이드 5/10/15mg은 2.0~2.3까지 추가 하락 효과를 보였다.
데글루덱과 비교한 SURPASS-3 임상에서 데글루덱은 1.3 하락에 그친 반면 티제파타이드 5/10/15mg은 각각 1.9, 2.0, 2.1 하락으로 용량 의존적인 혈당 강하 효과를 보여줬다.
글라진과의 비교 임상 SURPASS-4에서도 비슷하게 1.4 하락에 그친 글라진 대비 티제파타이드는 2.1, 2.3, 2.4의 혈당 감소로 우월성을 보였다.
플리아스 교수는 "당화혈색소(A1c) 5.7% 미만을 달성한 비율에서도 티제파타이드는 압도적인 효과를 보인다"며 "세마글루타이드가 19%, 데글루덱은 5%, 글라진은 4%에 그친반면 티제파타이는 22~46%까지 달성 비율이 훨씬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효과는 체중 감소에서도 비슷하게 되풀이 된다"며 "세마글루타이드가 기저치 대비 5.7kg 감소한 반면 티제파타이드는 7.6~11.2kg 감소, 데글루덱과 글라진은 1.9kg, 1.7kg 증가한 반면 티제파타이드는 7~11.3kg, 6.4~10.6kg이 감소해 우월한 효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총 체중에서 5% 이상 감소한 환자의 비율은 세마글루타이드가 54%, 데글루덱이 8%, 글라진이 9%에 그친다. 반면 티제파타이드는 최소 57%에서 최대 80%까지 체중 감소 달성률에서도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
플리아스 교수는 "SURPASS-2 임상만 살펴보면 당화혈색소 6.5% 이하 와 체중 10% 이상 감소 수치 달성률은 티제파타이드 복용군이 60%를 기록한 반면 세마글루타이드는 22%에 그친다"며 사실상 티제파타이드가 차세대 당뇨병 신약으로 부상할 것을 예고했다.
그는 "현재 체중감소 효과 및 NASH에 대한 임상인 진행되고 있어 결과에 따라 티제파타이드의 임상 활용성이 더 증대될 수도 있다"며 "이미 메타 분석에서 티제파타이드는 심혈관 안전성을 나타낸 바 있는데 2024년 심혈관계에 미치는 효과를 집중 분석한 SURPASS CVOT 임상 결과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당뇨병학회는 메인심포지엄을 통해 주요 임상연구 결과에 근거하여 다양한 임상적 상황에 대한 새로운 신약의 임상적 의의를 리뷰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조영민 서울의대 내과 교수는 약제 비교를 통해 티제파타이드의 활용성에 무게를 실어주는 한편 개발 중인 카그릴린타이드+세마글루타이드가 새 왕자가 될 가능성도 제시했다.
조 교수는 "둘라글루타이드 1.5~4.5mg 주 1회 요법으로는 체중 감량 효과가 기저치 대비 3~5kg 감소에 그친다"며 "티제파타이드 15mg 주 1회 요법은 최대 11.3kg까지 감소해 게임체인저와 같은 효과를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지금 개발중인 카그릴린타이드+세마글루타이드 2.4mg 주 1회 요법이 효용에서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며 "임상 1상에 불과하지만 기저치 대비 체중이 투약 20주 후 최대 17~18%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주목할만한 효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카그릴린타이드+세마글루타이드가 효과면에서 경쟁력이 있지만 임상 1상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최적의 선택지는 티제파타이드라는 것이 그의 판단.
원규장 당뇨병학회 이사장은 "지난 주에서야 세마글루타이드가 식약처의 허가를 얻었다"며 "국내 당뇨병 신약의 도입 시기를 볼 때 아무리 좋은 약제가 있더라도 관건은 도입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