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을 저지하기 위한 10개 보건의료단체의 연대를 본격화했다. 이들 단체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간호법 철폐를 촉구했다.
22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여의도공원에서 간호법 제정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간호조무사 공동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7000명의 의사와 간호조무사가 참여했다. 경찰은 2000여명으로 추산했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이번 궐기대회가 대한민국 보건의료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막고, 국민의 소중한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간호법안 대안은 개별법 난립으로 직역 간 업무범위 충돌과 의료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도 모자라 현행 보건의료체계를 붕괴시킨다"며 "또 의료인의 협력체계를 저해해 의료법, 간호법 이원화 체계를 고착화시키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의료법에서 삭제하고 간호법으로 옮기는 등 의료관계법령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밖의 간호법 문제점으로 ▲간호사의 의료기관 밖에서의 업무영역 확대 가능 ▲단독개원 근거 마련 시 간호사의 단독 의료행위 가능 ▲간호사 직역만의 이익실현을 대변 등을 꼽았다.
이 회장은 "간호법이 독립법으로 제정되면 직역 간 상호협력이 제대로 이뤄질 수가 없다"며 "의료현장은 불협화음으로 얼룩지고 원팀 의료행위는 응급실과 진료실, 병실 등 의료진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모든 곳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간무협 곽지연 회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9일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에서 간호법을 통과시킨데 이어, 17일에도 여야 합의 없이 전체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단독 상정하고 강행 통과시켰다고 규탄했다.
또 민주당이 간호조무사들은 간호법의 수혜자라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오히려 피해 당사자라고 반박했다.
간호법 적용대상이 지역사회로 확대되면서 장기요양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보조인력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간호조무사 고졸 학력 제한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도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곽 회장은 "법안 제정 시 관련단체와의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거쳐야 하며 각 정당 간에도 충분한 논의 및 숙의, 합의라는 민주주의에 맞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그러나 이번 간호법 진행과정을 보면 정의롭지 못하며 보건복지부 조정안조차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이어 "오늘 궐기대회에 참여한 응급구조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모두 간호사들에 비해 상대적 약자"라며 "국회 법사위원님들은 법사위에 간호법을 상정하지 말고 보건복지위에서 재논의하도록 조치해 달라"고 호소했다.
의협 대의원회 박성민 의장과 간무협 홍옥녀 명예회장 역시 간호법 제정 절차가 반민주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이광래 회장,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 한국여자의사회 회장 역시 연대사를 통해 간호법을 즉각 철폐하라고 입을 모았다.
전국간호조무사노동조합 고현실 위원장은 간호조무사의 생존권·노동권 보장을 위한 투쟁을 강조했다. 또 국회 복지위 김민석 위원장이 지역사무소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간호조무사들을 법적으로 처벌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지적했다.
고 위원장은 "대통령집무실 앞에서도 1인 시위를 할 수 있는데, 국회의원 지역사무소에서 했다고 처벌을 운운한다"며 "국민의 투표로 뽑힌 국회의원이 국민들에게 할 소리가 아니다. 김 위원장은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규탄했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박시은 사업이사는 그동안 응급구조사는 대한간호협회의 탄압과 근거 없는 반대에 직격탄을 맞아온 직역이라고 전했다. 더욱이 간호법 제정 시도가 이뤄지면서 존폐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또 이를 규탄하기 위해 모인 의사와 간호조사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며 간호법 저지를 위해 연대할 것을 공고히 했다.
의료기사단체총연합회 장인호 회장 역시 40만 명의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등과 연대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약속했다.
간호법 철폐를 촉구하는 퍼스먼스도 이뤄졌다. 궐기대회 참석자들은 각 직역의 간호법 철폐 의지 문구를 적은 애드벌룬을 1열부터 끝 열까지 보냈다가 다시 1열로 되돌아오도록 했다. 투쟁 의지를 고취하기 위한 이 회장과 곽 회장의 삭발식도 이뤄졌다.
마지막으로 이들 단체는 국회까지의 행진시위를 시작하기 전 결의문을 통해 "우리는 국회가 보건의료인들의 정당한 목소리를 인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때까지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건강과 의료를 지키고 불합리한 법과 제도에 맞서기 위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주저함 없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