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위암은 말 그대로 암의 진행 단계(stage) 중 초기다. 조기 위암은 5년 이상 생존율은 95%에 달할 정도로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대다수는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오히려 조기 위암에서의 관건은 치료보다 놓치기 쉬운 병변을 어떻게 찾아내느냐에 달렸다는 뜻.
초기 단계 특성상 정상 조직과의 구분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내시경 검진의 적정 시간 준수 및 꼼꼼한 관찰,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한 검진기관 선택의 기준이 돼야 한다는 주장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대장내시경의 장정결 불량 환자의 예측 모델 연구로 SCI급 논문에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린 탑연합속내과산부인과 소화기내과 우대형 원장(영남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외래교수)을 만나 조기 위암의 발견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 및 의료기관 선택의 기준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조기 위암에 대해 생소한 사람들이 많다. 질환의 정의는?
조기 위암은 정의는 1967년도에 일본소화기학회에서 처음 등장한다. 위에서 발생한 악성 종양 중에서 림프절 전이에 관계없이 점막층이나 점막 하층에 국한된 종양을 말한다. 무증상 혹은 가벼운 오심이나 구토 등 일반적인 소화기 증상에 그쳐 건강검진 중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전체 위암 중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조기 위암으로 발견되는 상태가 60%를 넘어서는데 검진이 보편화될 수록 비율은 더 높아질 것이다. 조기 위암의 5년 생존률은 약 95% 이상이다. 위암은 보통 0기~4기로 나누는데 조기 위암은 대부분 0기와 1기에 해당한다.
▲조기 위암의 발병 원인은 및 치료 전략은?
조기 위암만 따로 구분하진 않는다. 위암의 발병 원인으로 증명된 것은 헬리코박터균의 감염, 흡연 그리고 짠 음식이 대표적이고 이외에 소세지, 햄에 포함되는 방부제 아질산염, 불에 탄 음식 섭취 등이다. 그리고 가족력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위암의 치료는 크게 내시경적 치료와 외과적인 수술로 나뉜다. 예전에는 수술적 치료가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2003년 이후로는 내시경적 절제술이 보편화댔다. 5년 생존률이나 10년 생존률에서 큰 차이가 없고 삶의 질이나 경제적 관점에서는 내시경적 절제술이 더 우월하기 때문에 선호되는 추세다. 다만 모든 조기 위암에 내시경적 절제술을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임파선 전이 유무에 상관없이 조기 위암으로 진단될 수 있지만, 전이가 없는 환자에서만 내시경적 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
▲조기 위암은 치료보다 진단이 어렵다고 한다. 이유는?
흔히 용종이 발견됐다고 하면 크기가 크고 육안으로 뚜렷이 구분이 될 정도의 이질적인 형태, 색상을 떠올린다. 하지만 조기 위암의 실제 진단 사례들을 보면 정상 조직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다. 진행된 상태에선 발견이 쉽지만 초기 단계의 위암은 작고 별다른 특징이 없어 돌기나 빛 반사 정도로 오인될 소지도 있다. 위장을 비우는 준비 과정도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우연히 음식물이나 가래 등 이물질이 병변에 붙어있는 경우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꼼꼼히 살펴야 한다. 숙련도도 중요 요소다. 의료진이 눈으로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경험이 부족하다면 단순 위염으로 생각해 지나칠 수 있다. 조기 위암의 다양한 패턴을 익힌 전문의라면 발견이 더 쉬워진다. 의심 부위에 정확하게 조직 검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검진에 소요되는 시간이 결과에 상응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하루에 내시경을 너무 많이 하게 되면 퀄러티 컨트롤(질 관리)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수가 문제를 떠나서 환자 한 명을 볼 때 내시경 시간을 충분히 해야 질을 담보할 수 있다. 응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내시경을 예약제로 운영해 하루 감당 가능한 수로 한정하고 있다. 오전에만 내시경을 40건씩 하는 대형검진센터에서 근무한 적도 있는데 당시 경험을 통해 검진은 투여 시간과 결과가 비례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진단의 정확도에 내시경 장비도 영향을 미치는지?
물론이다. 육안 관찰만으로는 점막 표면의 이상 소견을 100% 찾아내기란 어렵다. 2014년도부터 빛의 파장을 달리하는 협대역 내시경(NBI)이 나왔는데 이제 많이 보편화된 상태다. 의료진들도 이런 최신 장비에 도움을 많이 받는다. 일반적인 내시경 장비로 검진을 하다가 의심 부위가 나오면 협대역 내시경으로 전환해 사진을 찍어 보다 정확도를 높인다. 협대역 내시경을 쓰면 이상 소견을 발견할 확률을 더 높일 수 있다.
▲대구 지역만의 환자별 특성이 있는지?
앞서 언급했듯 위암의 발병 원인 중에는 고염식이 포함된다. 대구 음식이 상대적으로 짠 편인데 그렇다고 지역내 조기 위암 발병률이 높다든지 하는 유의미한 통계적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치료 외적인 부분에서 대도시와는 다른 특성이 있다. 의원급이나 2차 의료기관에서 조기 위암을 진단하는 경우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을 시키는데 KTX 개통 이후 대구 환자들이 서울의 빅5 병원을 찾는 현상이 생겼다. 반면 대구 주변의 환자들은 대구로 온다. 내시경 절제술 후 출혈이나 천공의 위험성도 있기 때문에 환자들이 보다 대학병원을 선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본원에서는 조기 위암이 진단되면 환자와 상의해 연계된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시킨다.
▲내시경과 관련해 SCI급 논문의 주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연구 내용은?
위·대장 내시경과 관련해 좀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한 방법론에 대한 연구로 SCI급 논문을 두 편을 썼다. 지금도 소화기 내시경 분과 전문의로서 지속적으로 연구 활동을 한다. 내시경을 할 때 정확한 진단 결과는 환자의 장 정결 상태가 좌우한다. 장 내 음식물이나 변이 많이 남아있으면 용종이나 암을 놓칠 수 있다. 연구 논문 주제는 어떤 환자에서 장 정결이 불량한지 예측하는 모델 구축이었다. 연구 결론은 뇌졸중이나 당뇨, 혈압 등 기저질환자 및 고령자에서 28% 정도 장 정결 상태가 부실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었다. 이를 인용하자면 기저질환자 및 고령자에는 보다 면밀한 장 정결 프로세스 안내와 교육,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환자별로 위암 위험도가 다르다. 현재 국가검진 시스템만으로 조기 위암 발견이 충분한지?
현재 국가건강검진은 40세 이상 2년 1회의 내시경을 지원하는데 모든 수검자에게 충분한 것은 아니다. 만성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 그리고 가족력이 있는 경우 처음 위염 등이 발견되고 대략 15년 후 위암으로 발전하는데 그런 고위험군은 주기를 더 짧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실제로 고위험군에 1년에 한 번 내시경을 권고한다는 내용들이 나오고 있다. 본원도 개개인의 위험도 차이에 따라 접근을 달리한다. 보통 2년 주기의 내시경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고위험군에겐 위험 요인과 함께 내시경 빈도 확대를 안내한다.
▲조기 위암 및 정기적인 검진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식 개선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나라에서는 갑상선암이 발병률 1위이고 위암이 2위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위암의 발생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고 전 세계에서 제일 많은 발생률을 보이고 있다. 위암이 진행될수록 치료 성공률이나 5년 생존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초기에 발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기 위암을 진단하면 5년 생존율이 95% 이상이다. 생존에 있어서 진행된 위암과 비교할 때 월등한 차이를 보인다. 건강검진을 통해서 암을 예방할 수는 없지만 생존률은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중요한 이유다. 많은 환자들이 위암 예방법을 묻곤 하는데 명확한 방법은 없지만 금주, 금연, 신선한 채소 섭취 및 스트레스와 매운 음식, 훈제 음식 섭취 줄이기 등이 꼽힌다. 현대인들이 일상 생활에서 이를 실천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료진도, 국민도 알고 있다. 예방법에 철저할 수 없다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빠른 발견이 곧 좋은 예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