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일각에서 의사노조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간호법, 의사면허 취소법 등 의료계 반발이 심한 법안들이 연이어 논의된 것에 이어 수가협상까지 결렬되면서 의료계 불만에 극에 달한 상황이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개원가에서도 의사노조가 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대학병원 의사들을 중심으로 노조가 결성되긴 했지만 한계가 있어 전국 단위 노조가 필요하다는 것.
의사노조는 지난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에서 모든 후보자가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사안이기도 하다. 의사의 사측은 정부. 이를 상대로 업무개시나 복귀명령 등을 회피하고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의원유형 수가협상 결렬도 이 같은 기조에 불을 지폈다. 그동안 공급자단체가 재정위원회에 가입해야 한다는 등 수가협상 구조개선 요구가 계속됐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협상에선 재정위가 이중 협상안으로 특정 유형을 압박한 정황이 포착돼 반발이 거세다. 전국간호조무사노조의 등장도 기름을 부은 모습이다.
이와 관련 의료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노조가 부르는 인상률을 볼 때마다 수가협상에 박탈감 느낀다. 이건 통보다. 협상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의료계 요구가 매번 메아리로 끝나는 상황인데 협상에서 강제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높아진 물가·임금 상승률에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영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 개원의는 "임금은 말할 것도 없고 소비자물가도 지난해 대비 5% 증가했다. 반면 수가는 2~3% 인상에 그치고 있다"며 "의료계가 코로나19 비용으로 수혜를 입었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이는 위험부담에 대한 보상이고 모든 과가 받은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개원의 역시 "코로나19 대응에 개원가가 참여하기 이전에 소아청소년과·이비인후과 매출이 반토막 난 것도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며 "수가가 인상돼야 간호 인력 임금도 오르고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결국 필수의료가 줄어들고 피부미용 등 비급여진료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이 같은 주장이 아직 대세로 자리 잡지는 않은 상황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역시 의사 노조에 대한 요구는 나오지만 아직 구체화되진 않았다는 입장이다. 의사 노조 결성을 통한 파업으로 생기는 반발 대비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조심스럽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 진료과의사회 회장은 "노조를 통해 이 사태가 해결되면 된다면 찬성이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본다"며 "의사 노조가 가질 수 있는 강제력은 파업인데 그동안의 의사 파업으로 의료계가 얻은 것이 무엇인지 짚어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막상 파업을 해도 정부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오히려 국민의 반발만 사거나 최악의 경우 집행유예를 받아 2년 간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지금 수가협상 구조의 문제는 일방적인 통보만 이뤄지고 상대방을 설득할 기회가 아예 없다는 것"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의료 수당을 높이는 것. 때문에 지금 문제는 정공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