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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급물살타는 '디지털치료제'에 대한 기대

최형화 학생(원광의대)
발행날짜: 2022-06-20 05:00:00

최형화 학생(원광의대 본과 3학년)

2019년 COVID-19이 전세계를 강타한 이후 우리의 삶은 많은 것이 달라졌으며, 변화가 가속되었다. 의료계에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그 동안 논의만 되고 여러가지의 이유로 시행되지 못했던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것이다. 비대면 의료체계가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잠재력을 보여줌으로써 앞으로도 원격의료 서비스의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대면 의료 서비스와 함께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것은 디지털 치료제다. 디지털 치료제란 질병이나 장애를 치료, 관리, 예방하기 위해 환자에게 치료적인 중재를 제공하는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알약과 같은 저분자 화합물인 1세대 치료제와 세포치료제 등의 생물학적 제제와 같은 2세대 치료제를 잇는 3세대 치료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디지털 치료제는 2017년 9월 미국 FDA가 페어 테라퓨틱스의 약물중독 치료제인 'reSET'을 최초로 허가하면서 본격 등장했고, 11월에는 프랑스 볼룬티스가 제2형 당뇨병 인슐린 투여 용량 계산 앱인 'insulia'가 미국과 유럽에서 동시 승인 받았다.

국내에서는 아직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를 받은 제품은 없지만 다양한 제품들이 현재 개발 또는 임상 시험 단계에 있다. 현재 라이프시맨틱스의 호흡재활치료 기기인 '레드필숨튼'과 뇌졸중으로 인한 시야장애 치료제로 뉴냅스가 개발한 '뉴냅비전' 등이 허가임상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디지털 치료제는 비침습적이기 때문에 약물의 위험이나 부작용이 기존의 치료제에 비해 적다는 장점이 있고, 일반 의약품과 달리 제조, 운반, 보관의 과정이 필요하지 않아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 공급이 가능해 의료비용을 낮출 수 있다.

또한 소수의 의사가 다수의 환자를 관리할 수 있어서 의료공급의 부족이나 재정적인 문제 또한 일부 보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며, 환자 데이터의 수집 및 저장이 용이해 환자 상태를 시간과 공간의 한계 없이 모니터링 가능하다. 수집된 데이터는 향후 환자 맞춤형 의료를 제공하고,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는 등 데이터를 활용하기 유용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해결해야할 문제는 아직 많이 남아있다. 미국에서는 20종이 넘는 디지털 치료제가 FDA 승인을 받았지만 임상 현장에서 실제로 환자에게 처방되는 비율은 그렇게 높지 않다. 디지털 치료제를 처방하는 의사들이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며, 위험성이나 책임 부담을 우려해 선뜻 나서서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사가 처방한다고 한들 환자에게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지속적으로 사용해야하는데, 기존 의약품보다 효과가 느리고 사용도 복잡하기 때문에 환자가 쉽게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과 명확한 규제 체계가 아직 없고, 치료제 측면에서 안정성 관리 기준이 부재한 상태라는 것이 해결해야할 문제다.

현재 세계적으로 디지털치료제는 주로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 환자나 중독, 불면, 우울증, 공황장애 등의 정신질환자, ADHD, 치매, 자폐와 같은 신경 질환자를 대상으로 개발되고 있다. 현재는 치료 분야가 제한적이나 많은 관심을 받으며 발전하고 있는 것을 보아 치료 분야와 역할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Kaia health는 근골격계 통증에 대해 동작 추적 기술을 활용해 맞춤형 운동과 이완요법, 정보를 제공한다. AI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 바이오마커 솔루션으로 동작을 추적하여 개인의 움직임의 범위와 균형, 안정성 등을 스마트폰을 이용해 측정해서 환자에 대한 설문 결과와 함께 진단 및 치료에 사용한다.

현재 학생의사로서 재활의학과 실습을 돌면서 환자들이 매일같이 물리치료, 작업치료실 등 치료실에 나와서 재활치료를 받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라 병동에서 치료실까지 이동하는 것이 불편해보였고, 퇴원하고 나서는 병원으로 오는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재활 치료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환자가 퇴원한 이후에도 꾸준히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디지털 치료제의 형태로 제공할 수 있다면 환자의 예후와 삶의 질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의사가 되어 환자를 만나게 될 때에는 또 어떻게 많은 것들이 바뀔지 기대가 된다. 빠른 시대의 변화와 그 흐름 속에서 빠르게 적응하고 도전하면서 환자가 만족할 수 있는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의사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