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문의 시험에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 절반이 불합격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선·후배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학회는 질 높은 전문의를 양성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전공의들은 전문의 시험을 통해 정원을 줄이려는 의도가 아니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부할 시간도 주지 않고 후배들 실업자 만드나"
A전공의는 21일 "선후배가 없어 연일 당직을 서면서도 최선을 다해 공부했는데 이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겠냐"며 "응시자의 절반이 떨어졌다는 것은 의도된 상황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결국 개원가가 힘들다고 난리치니까 의도적으로 전문의를 줄이려 한 것 아니냐"며 "후배들을 실업자로 만드니 속이 후련한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다른 전공의들도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며 아우성 치고 있다. 힘들게 수련받은 결과가 너무 허망하다는 것이다.
B전공의는 "수련기간 동안 공부할 시간도 주지 않고 부려먹더니 말도 안되는 시험문제로 전문의 수를 반으로 줄여버렸다"며 "가뜩이나 인턴들도 지원을 기피하는데 이래서야 누가 소아청소년과에 오겠냐"고 비판했다.
일부 교수들도 다소 쓴소리를 내고 있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더욱 신중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C대학병원 교수는 "100% 합격도 문제가 있지만 50%대 합격률도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본다"며 "말 그대로 자격시험인 만큼 4년동안 충실히 수련을 받았다면 충분히 합격해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질 높은 전문의 양성 목적…오해 안타깝다"
이에 대해 소아과학회는 다소 당황스런 표정이다. 의도와는 다르게 오해가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아과학회 이준성 이사장은 "후배들이 조금 더 퀄리티 높은 전문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심사숙고해서 고시를 준비했다"며 "생각보다 학회 관계자들과 전공의들간에 생각의 격차가 컸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결과가 발생해 너무나 안타깝지만 전공의들이 생각하는 악의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이번 사건이 교육은 물론, 소아과의 미래를 다시 돌아보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소아과학회는 시급히 상임이사회를 열고 이를 논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할 계획이다.
물론, 시험에서 떨어진 전공의들을 구제할 수는 없지만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급문제부터 전문의 고시까지 교육에 관련한 모든 부분들을 다시 점검하자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이사들과 전공의 수련문제에 대해 원점에서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며 "이후에는 전공의들과도 자리를 만들어 지금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함께 고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