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열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본회의에서 의료기관 기능재정립의 첫 단추가 풀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복지부는 이날 약제비 종별 차등제 등을 회의에 부쳐 통과를 시도할 방침이다. 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기능재정립은 다시 답보상태를 거듭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복지부는 분명히 비장의 카드를 준비했을 것이다. 얘기를 종합해보면 서둘러 역점질환에 대한 의견조회를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진료과목별로 종합해 약제비 차등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 복지부의 생각인 모양이다. 하지만, 이 또한 반대 기류가 강해 건정심에서 순탄하게 넘어가지는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복지부가 가장 무서워하는 여론이 문제다. 복지부와 의사협회는 일차의료 활성화를 포함한 의료기관 기능재정립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해가 바뀐 지금까지도 구체적인 결과물을 나오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여론의 기류가 좋지 못하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약제비 종별차등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가 여론의 비판이 쇄도하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그러면서 의사협회와 병원협회의 합의를 종용하며 한 발 빼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기능재정립이라는 큰 틀에는 합의했지만 세부 내용에서는 입장차가 커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복지부가 기능재정립 방안을 발표하겠다던 2월이 지났다. 정부의 입만 바라보던 의료계도 점점 지치는 기색이 역력하다. 복지부 주변에서는 정권 말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인 만큼 시간만 끌다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방안은 중대한 선거를 앞둔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엔 반드시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문제를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건강보험 재정이 치명적인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더는 ‘양치기 소년’이 아님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