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의학원은 국방의학전문대학원(교육), 국방의학연구원(연구), 국방의료원(진료)의 세 기관으로 구성하며, 장기 군의관의 안정적인 확보, 군진의료 수준 향상, 군사 관련 특수의학 연구, 전시 연계 의무 지원 등을 목적으로 삼는다.
군진의료와 국방의학의 질을 높이자는데 이를 반대할 까닭은 없을 듯하다.
의료계도 대체로 찬성한다. 다만 다른 기관보다 굳이 국방의학전문대학원(국방의전원) 설립을 반대한다.
국방의학원의 설립 목적을 이루는데 국방의전원은 기여하는 바는 적고 오히려 애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군의관을 보는 관점부터 달라져야 한다. 군의관은 군인인데 의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기보다는 의사로서 군에 근무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국방의전원은 무상으로 교육하고 졸업하면 의무로 15년을 근무하는 조건이다. 의욕이나 동기 유발 없이 의무 기한만 채우려는 장기 군의관은 아무리 많아야 군진의료와 국방의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근무 여건을 향상함으로써 유능한 의사들이 장기 군의관을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그저 기관을 만들고 예산을 배정하고 인원만 채운다고, 의료 수준이 높아지고 연구 성과가 생기지는 않는다.
국방부 일부에서는 미국이나 일본, 대만에도 국방의대가 있는데, 유독 의료계가 의과대학 정원이 늘어나는 것 때문에 국방의전원을 반대한다고 비난한다.
이들 나라는 그 나라에 의과대학이 적을 때 국방의대를 설립하였을 뿐 아니라, 대학 유지를 위한 지원과 군의관의 근무 여건에 더 많은 지원을 하였으며, 미국과 일본은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어 애초부터 군의관 수급에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와 상황이 다른 나라의 예를 그대로 따를 수는 없다.
꼭 필요하다면 정원 40명의 국방의전원을 수용할 수도 있다. 다만 우리 정부는 1990년대에 정원 40-50명의 미니 의과대학을 유례없이 많이 만들었고, 현재 일부 사립대학의 재단이나 국립대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원활하지 않아 의학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이 적지 않다.
국방부는 국방의전원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립이든 사립이든 의과대학을 설립하는 목적이 제대로 의사를 양성하기보다는 협력병원 종사자에게 교수 칭호를 줌으로써 우수 인력을 쉽게 확보하려는, 그래서 병원을 쉽게 운영하려는 데에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군진의료와 국방의학 발전에 크게 기여하지도 않고 다만 장기 군의관에게 교수 칭호를 주기 위한 국방의전원 설립을 반대한다. 굳이 교수 칭호가 필요하면, 기존 의과대학과 협력하고 연계할 수도 있지 않은가!
결국 우선순위의 문제다. 군진의료와 특수의학의 발전 그리고 군의관의 근무 여건에 대한 대폭적인 지원과 체제 개혁을 시도하고, 그래도 예산에 여유가 있고 국방의전원이 필요하다면 그때 고려하여도 늦지 않다.
제한된 예산에 이것저것 다 벌여놓고 '안 되면 말고'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빠듯한 우리 국방예산에서 우선순위를 살피면, 아무래도 국방의전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교육을 받아 의사면허 받고 어영부영 의무 기한만 때우고 나서 40대 중반에 (또는 지원 받은 금액 모두 변상하면 일찌감치) 의사로 나서겠다는 학생을 위한 또 하나의 부실한 신설 의대로 남을 소지가 크다.
진료 환경을 개선하는데 예산을 투입하면 시설이라도 남지만 부실의대 뒤에는 남는 것이 없다.
그래서 국방의학원 법안 가운데 유독 국방의전원 설립을 반대한다. 의무 기한으로 옭아매는 장기 군의관 양성보다는 적절한 근무 여건 조성으로 의욕이 있는 의사를 군의관으로 임용하는 것이 옳다.
더욱이 국방의학원 법안에 보건복지부는 숟가락 하나 더 얹어 공공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정원 60명을 붙였고, 결국 100명 정원의 의전원을 설립하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