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은 원래부터 못 믿을 인사들이죠." 25일 은평구의사회 한 회원의 말이다. 이날 은평구의사회 정기총회에는 '대통령의 남자'로 잘 알려진 이재오 특임장관이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장관은 총회 전날 국회 일정을 이유로 참석할 수 없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이에 은평구는 총회 장소를 회관으로 변경하고 회장은 인사말을 다시 써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은평구 총회에 참석하기로 했던 의사협회장도 대전으로 방향을 돌리는 일대 촌극이 빚어졌다.
은평구보다 앞서 열린 성동구의사회 정기총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었다. 성동이 지역구인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이 행사 참석을 전격 취소한 것이다. 진 장관은 이날 총회가 열리기 30분 전에야 불참을 알려왔다. 장관이 온다는 사실에 의사협회와 서울시의사회장이 총출동하고 의사회 직원들까지 줄줄이 대기상태였다. 잇따라 정치인들이 부도를 내자 의료계 일각에서는 정치인들이 의사들을 찬밥 취급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약사회 총회에 참석해서는 최고의 '립서비스'를 마다치 않던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치인은 물론 장관까지 나서 약사회의 가장 큰 현안인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 불가를 외치며 노골적으로 약사회 편을 들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의사들과의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렸다. 이번 해프닝을 계기로 의료계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갈등과 대립, 충돌로 나타날 것이다. 정치인들의 신중치 못한 처신으로 의료계는 자존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