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종합병원 경리과장이 무려 172억원에 달하는 공금을 빼돌려 처벌되는 등 등 일선 병의원에서 횡령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없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의학회와 대학병원까지 횡령사건이 발생하면서 외부감사를 의무화하는 등 회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최근 대한영상의학회와 한국방사선의학재단에 근무하며 총 8억여원의 공금을 빼돌린 혐의로 전 사무국장 A씨를 구속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04년부터 매년 수억대 자금을 빼돌려 주식투자 등으로 날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은 특히 최근 B종합병원 경리과장이 무려 공금 172억원을 횡령해 실형을 받은지 얼마 되지 않아 일어났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일선 의료기관은 물론, 학회와 의학재단의 회계 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몇년간 의료계는 잇따른 횡령 사건으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 2009년에는 서울대병원 직원이 공금을 횡령해 잠적했다가 붙잡히는 사건이 있었고 2010년에도 부산 D병원 자금부장이 몇년간 10억대의 공금을 빼돌리다 덜미를 잡혔다.
또한 올해 1월에는 대구보훈병원 원무과 직원이 32억원에 달하는 공금을 편취해 징역형을 받았다.
특히 이들은 진료받은 사실이 없는 환자의 명의를 도용해 진료기록을 꾸미고 이를 통해 전문 위탁진료비를 빼돌리는 등 치밀하게 범죄를 준비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일었다.
그렇다면 왜 일선 의료기관에서 횡령사건이 이어지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일반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진적인 회계 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의료기관의 오너인 의사들이 자금관리와 회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데다 대다수 병의원들이 원무팀에 자금관리를 전적으로 일임하고 있어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영희 의원(민주당) 등 일부 국회의원들도 외부감사를 의무화해 의료기관들의 회계를 관리 감독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개선의지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한 대학병원 행정관리부원장은 "우리 병원 등 사립 대학병원들은 모 기업에서 회계·경영 전문가가 파견되지만 대다수 의료기관들은 대학병원조차 전문인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병원 상황에 빠삭한 자금 관리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자금을 유용할 수 있는 구조라는 뜻"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