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30일 오후 의사협회 동아홀에서 주최한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를 위한 건강보험 대안 모색' 정책포럼에서는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건강보험 재정 적자 문제의 해법을 놓고 의료계와 전문가, 정부 측이 격론을 벌였다.
이규식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제도를 위한 개혁'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의 위해는 1977년 의료보험 도입 때부터 이어오고 있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 "인구구조 등을 고려할 때 지금 개혁을 서두르지 않으면 2020년 이후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제로 ▲저출산 고령화 등 환경 변화 ▲의료도 산업화의 대상이라는 전제 ▲예방 및 건강증진이 강조되는 의료공급체계의 변화 등을 꼽았다.
임금자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건강보험 재정운영 개혁방안' 발제문에서 "급여비조차 충당 못하는 낮은 보험료와 정부의 재정지원 감소, 무리한 보장성 강화 정책, 자원의 효율적 배분 실패가 건보재정 위기의 원인이 됐다"며 "건강보험 수입과 지출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고 정부 지원을 확대하며 재원의 다양화를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토론에서 "정부와 보험자는 지출이 억제되어 재정이 남을 만 하면 보장성을 강화하는데 써버리고 모자라면 다시 지출을 억제하는 계획성 없는 재정운영을 해왔다"며 "보험료를 점진적으로 올려 보장성을 확대하고 수가를 인상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재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섭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건보재정 문제의 근본 원인은 건정심에 있다"며 "제때 보험료를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재정 적자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정영호 병원협회 보험위원장은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재정이 남아돈다고 했는데 지금은 적자라고 난리다. 보험료 인상을 억제했기 때문이다"며 "결국 병원들이 모진 서리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당연지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이규식 교수의 주장에 대해 "5~6년 전만 하더라도 모든 병원이 찬성했다. 그런데 지금은 분위기가 바뀌었다. 경쟁력이 있는 병원들은 좋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양훈식 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의사협회는 정부에 건보지원금 확충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단 1%라도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의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보험자, 가입자 모두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며 "공급자 역시 임상진료지침을 제정하는 등 보험재정 절감에 기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민수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복지부의 정책 방향은 일단 재정안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모두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며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면서 보험료를 현실화하고 정부 지원도 늘려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