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개원한지 만 2년째가 된 의사 A씨는 요즘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보험진료를 주로 하는 그의 하루 환자는 평균 30명 정도. 비급여 부분을 포함해도 월 매출이 1000만원을 넘기가 힘든 수준이다.
결국 수입은 간호조무사 2명의 임금과 건물 임대료, 그리고 대출금과 각종 공과금을 제하면 400만원 안팎이다. 자영업을 하지만 실상은 봉직의 급여수준에도 한참을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동네의원 1559곳 폐업
동네의원이 문을 닫는 현상은 이미 현실이다. 많은 의원들이 폐업을 고민하고 또 많은 의원들이 실제 폐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폐업한 동네의원은 총 1559곳이다.(심평원 자료) 전체 의원의 5.7%에 이른다. 2009년 5.6%에 비해 0.1% 늘었다.
폐업기관을 진료과별로 보면 그 과가 처한 현실이 잘 드러난다. 일반과 의원의 경우 지난해 786곳이 문을 닫았는데 폐업률도 10.2%로 단연 최고였다.
봉직의 급여가 급등한 영상의학과 의원의 폐업률이 5.7%(19곳), 저출산의 직격탄을 맞은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는 각각 5.9%(22곳), 4.5%(98곳)로 폐업률이 높은 편이었다.
동네의원의 주된 폐업 이유는 경영상의 어려움이다. 특히 소규모 동네의원들의 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전문화된 네트워크의원, 대형 의원, 전문병원들의 틈바구니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이비인후과개원의협의회 신광철 공보이사는 "최근 주변 이비인후과 개원의 3명이 폐업했다"면서 "임대료가 상승하고 정부의 압박이 심해져 개원 이외에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것 같다. 더 문제는 신규 개원의의 시장 진입은 더 어렵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폐업 후 봉직의로 취업한 한 의사는 "현재의 수가와 치열한 개원환경을 보면 상당수의 개원의는 미래를 대비한 비용은 커녕 개원할 당시의 빚 탕감마저도 어려운 현실"이라면서 "문을 닫는 고민은 당연한 수순이다"고 말했다.
월 청구액 500만원 미만 의원 2065곳, 1000만원 미만 4588곳
하지만 문제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 현재 경영상의 위기에 몰린 동네의원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월 요양급여비용 청구액이 500만원 미만인 동네의원은 2065곳(전체의 8.1%), 1000만원 미만인 동네의원은 4588곳으로 전체의 17.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동네의원 월 평균 요양급여비용 2888만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미치는 금액이다.
진료과별로 보게 되면 가정의학과는 전체의 20.8%인 228곳이 100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부인과의 경우 무려 54.2%(903곳)가 월 청구액이 1000만원 미만이었으며, 소아청소년과는 15.1%(328곳), 일반의는 28.3%(1555곳)가 이에 해당됐다.
비급여 진료 수입이 많은 의원도 있겠지만, 건강보험에 의존하는 경향이 큰 의원의 형태로 볼때 이들의 상당수는 경영상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한 개원의는 "폐업을 하려고 해도 의료기기 리스비에, 건물 계약기간 등에 묶여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버티고 있다"면서 "폐업을 해도 나이 때문에 봉직의 취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현실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