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이 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서로에 대해 잘 알면 더 배려해줄 수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약점을 들춰내거나 공격한다는 의미다.
이는 의료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최근 익산에서 적발된 제약사 리베이트 건의 내막을 들춰보면 의사의 적은 다름 아닌 동료 의사였다.
정황을 간단히 짚어보면 이렇다. 의사 3명이 피부과의원을 공동개원으로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명이 분점을 내려고 하자 갈등이 불거졌고, 이는 급기야 리베이트 내부 고발로 이어졌다.
같은 의사 입장에서 불리한 부분은 감춰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위 사례를 보면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사실 위와 같은 의사 동료 간의 고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보건소에 의료법 위반으로 접수되는 사례 중 상당수가 동료 의사에 의한 것이다.
한 피부과 개원의는 "새로 개원하면 주변 의료기관에서 꼬투리를 잡아 보건소에 의료법 위반으로 신고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복지부나 경찰보다 주변 동료의 시선이 염려스럽다"고 털어놨다.
개원 초기에 환자 유치를 위해 실시하는 광고, 마케팅 활동이 이들의 타깃이 되는 것이다.
심지어 또 다른 개원의는 처음 개원하면 한동안 주변 의료기관의 신고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귀띔했다.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잘 알다 보니 외부에서 지적하는 것보다 더 자세하고 신랄하게 문제를 꼬집기 때문에 피해 가기도 어렵다.
이는 의료시장에 경쟁이 과열될수록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분명히 필요한 부분이지만 의료계 내부에서 갈등을 초래하는 모습은 씁쓸하게 만든다.
최근 개원시장에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시점에 동료 의사와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