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는 슈퍼 울트라맨이 아니다. 진료, 연구, 교육을 모두 잘하는 교수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대다수 대학병원의 교수 트랙이 진료와 연구에만 집중돼 있어 교육에 대한 부분이 소홀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트랙을 다양화해 균형있는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의대-의전원장협회는 10일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의학교육학회 학술대회에서 '진료와 연구가 의학교육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토론회를 열고 교수 트랙 다변화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세션에 연자로 나선 대다수 교수들은 현재 교수 트랙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것에 동의했다.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대 권용진 교수는 "우리나라 교수들은 교육과 연구, 진료 세 분야를 모두 책임져야 하는 슈퍼 울트라맨이다"며 "이같은 현실은 대학과 병원 모두의 기능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승진을 위해서는 연구에 치중해야 하고, 병원에서 경제적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진료에 열중해야 하기 때문에 교육기능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대의대 김병수 교수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각 대학에서 재임용과 승진에 SCI 논문 업적 비중을 늘리면서 대다수 임상 교수들이 진료수입을 올리며 논문을 써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현실은 의학교육의 보편성과 배치되는 측면이 많다"며 "결국 의대 교수의 중요한 역할이 교육보다는 진료와 연구라는 잘못된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대다수 교수들은 현재 진료와 연구에 집중된 교수 트랙을 다변화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각자 특화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인제의대 이병두 학장은 "열악한 수가체계 하에서 교수의 인건비를 뽑기 위해서는 교수를 진료현장으로 내몰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최근 정부가 대학병원의 연구기능 강화를 주문하면서 의학교육은 더욱 귀찮은 존재가 되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그는 이어 "의학교육을 경시하고 있는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업적 평가를 업무별로 세분화해 반영해야 한다"면서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의사 양성 교육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양의대 박훈기 교수는 "진료와 연구를 충실하게 하면서 의학교육을 전담하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한 요구"라며 "연구업적에 대한 부담이 의학교육에 대한 열정과 창의성을 줄이게 하는 만큼 의학교육 전임 교원에 맞는 업적 평가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