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의료기사는 적일까, 동지일까.
최근 영상의학과 전문의와 방사선사의 영역 갈등이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한국의학연구소(KMI)에서 방사선사가 초음파 검사를 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측이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영상의학과학회는 "초음파 검사는 엑스레이 촬영과 달리 검사 중에 환자의 증상에 대한 진단이 이뤄지기 때문에 의사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방사선사협회는 "방사선사는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전문성을 갖췄다"고 맞서고 있다.
과연 어느 쪽의 주장이 맞을까.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은 방사선사에게 초음파 검사를 맡겼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오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자칫 검사 중 중요한 부분을 놓쳐 환자가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사선사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현실적으로 의사의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밀려드는 모든 초음파 검사를 의사가 맡을 수는 없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최근 건강 검진 인구가 늘어나면서 의사가 모든 검진에 참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실제로 의원급 의료기관이나 중소병원은 의사 수 부족과 인건비 절약을 위해 방사선사를 채용, 일부 검사를 맡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쯤 되면 어느 쪽 주장이 맞는 지를 논하기 전에 어떻게 하는 것이 환자에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지를 고민해 봐야 할 듯하다.
양측이 논쟁을 벌이는 것도 결과적으로는 환자에게 최적의 의료 서비스의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의사와 방사선사는 영역 갈등을 빚고 있지만, 진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서로 필요한 존재라는 데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영상의학과학회 관계자는 "초음파 검사 중에서도 복부 초음파 등 간단한 초음파 검사에 대해서는 방사선사에게 맡길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방사선사협회 관계자 또한 "의사와 대립각을 세울 생각은 없다.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고 전했다.
의사와 의료기사의 영역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양측의 갈등은 여기까지다. 서로 협조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때 환자가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