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대상은 복지부가 아니다. 바로 의사협회와 의사들이다."
대한약사회 김구 회장이 18일 일반약 약국외 판매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서 의사협회가 일반약 슈퍼 판매를 주도했다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겠다고 선포했다. 이 때문에 의약분업 이후 계속된 의약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김구 회장은 이날 의협에 대한 공격과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위해 만성질환 처방전 리필제 시행, 성분명 처방 도입 운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국민들에게 선택의원제 도입 필요성을 홍보하겠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김구 회장은 "빼앗긴 자식도 중요하지만 더 가치있는 것을 찾아와야 한다"면서 "의협에 공세를 가해 슈퍼 판매 논쟁에 섣불리 끼어들지 못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의 핵심 이슈를 공격해 의사들과 소비자들이 한 목소리로 일반약 슈퍼 판매를 요구하는 상황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일반약 슈퍼 판매는 약사회가 자초한 악수에 지나지 않는다. 일반약 슈퍼 판매는 의약분업 이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심야시간대 약 구입 불편 해소 차원에서 꾸준히 제기해 온 사안이다.
그러자 약사회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야간과 심야시간 국민들의 일반약 구입 불편을 해소하겠다며 심야응급약국 시범사업에 들어갔다. 결과는 뻔했다. 약사들의 참여가 저조하면서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국회와 정부 일각,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일반약 슈퍼 판매 요구가 본격화됐다.
약사회가 올해 초 45개에 불과한 심야응급약국을 1천여곳으로 확대, 일반의약품 슈퍼 판매를 저지한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지만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미국 같은 데 나가보면 슈퍼마켓에서 약을 사 먹는데 한국은 어떻게 하느냐”며 환자들의 일반의약품 구입 불편 문제를 거론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악수는 악수를 낳는 법이다. 복지부는 약사회가 제안한 당번약국제 도입 카드를 꺼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이 때문에 복지부는 일반약 44개 품목을 우선 의약외품으로 지정하고, 올해 안에 약사법을 개정해 슈퍼 판매용 일반의약품을 지정하겠다며 약사들에게 더 치명적인 카드를 내놓는 상황을 초래했다.
약국 조제수가 인하에 이어 일반약 슈퍼판매 요구까지 이어지면서 약사회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몰린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회원들의 화난 민심을 의협 음모론으로 덮을 수도 없고, 하물며 이 문제를 처방전 리필제, 성분명 처방 등과 연계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