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교대근무자 출퇴근 시간을 조정, 저녁번 근무자의 심야퇴근이 불가피해졌으나 이에 대한 보완책이 전무해 해당 직원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은 노사 잠정합의안이 내달 1일부터 시행될 경우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교대근무 인력의 저녁 근무 시간이 현행 오후 2시 30분~10시 30분에서 오후 3시~11시로 변경됨에 따라 여성이 대부분인 간호부 인력이 심야에 퇴근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기숙사 확충, 셔틀버스 운행, 교통비 보조 등 이에 따른 보완책은 전혀 준비돼있지 않아 제도 시행 이후 직원들이 크게 반발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근무시간 변경의 이유로 “현행은 7.5-7.5-9 근무체제로 밤근무시간이 너무 길며 주5일제 시행을 앞두고 이틀 연속 휴무를 배려한 번표 스케줄을 짜기에도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직원의 심야퇴근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는 “집이 먼 사람의 경우 퇴근시간에 부담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이에 대해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해 근무시간 변경이 문제시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병원이 내놓은 근무시간 변경안은 △낮번 7시~3시 30분 △저녁번 3시~11시 △밤번 10시 30분~다음날 아침 7시 30분으로 근무시간 당 30분의 휴게시간을 제외하면 8-7.5-8.5시간 근무체제다.
병원노조는 파업기간 중 병원이 제시한 이같은 근무시간 변경안에 대해 너무 이른 출근과 너무 늦은 퇴근시간이 교대근무자들의 어려움을 더할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표했으나 노사협상이 급진전되면서 결국 근무시간 변경안을 합의안에 포함시켰다.
이와 관련, 대부분 교대근무자들은 환자의 상태, 업무 부담의 시기별 변동성 등 정해진 시간에 맞춰 마무리 짓기 힘든 병원업무 특성과 근무복을 갈아입는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저녁 근무조의 퇴근시간은 12시에 가까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특히 원거리 통근을 하거나 교통편이 불편한 근무자의 경우 출퇴근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노조 관계자는 “평일에는 지하철이라도 연장운행을 하지만 주말엔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잠정합의안에 따른 실무교섭을 하면서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라매병원노조 이숙희 총무부장은 “서울대병원 직원기숙사에 사는 보라매병원 근무자들의 원거리 통근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라매병원은 서울시가 서울대병원에 수탁 경영하고 있는 시립병원으로 일부 직원들이 혜화동의 직원기숙사에 거주하고 있어 전부터 어려움을 겪어 왔으나 병원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셔틀버스 운행이나 개별 기숙사 신축을 미뤄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도시행 당사자인 서울대병원의 한 간호사는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모두들 지쳐 근무시간 변경에 대해서 까지는 구체적 요구를 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해 제도시행에 따른 수습책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다른 간호사는 “현재 장기 파업을 수습하고 병원 정상가동체계를 정비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라 근무조정 변경이 피부로 와 닿고 있지는 않다”고 말하고 “그러나 막상 8월 1일이 되면 여러 가지 불편함이 현실화되면서 불만이 터져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