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구에는 30병상 규모의 이비인후과병원이 있다. 주인공은 다인이비인후과병원.
'이비인후과'하면 감기 환자가 태반인데 병원급으로 해서 승산이 있겠느냐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2009년도 보건복지부의 국회 보고 자료에서 전국 이비인후과 중 외래환자가 가장 많은 의원으로 꼽힌 것만 봐도 다인이비인후과의원의 병원급 전환은 당연한 수순인 셈이었다.
다인이비인후과병원의 이비인후과 전문의 8명은 매일 1~2건 이상의 이비인후과 수술을 실시하고 있다.
수술은 귀, 코, 목 부위에서 암(Cancer)을 제외한 모든 이비인후과 질환이다.
귀 수술은 중이내환기관삽입술부터 고막성형술, 어지러움증 수술, 안면신경감압술, 외이도폐쇄증 교정수술까지 모두 한다.
코 수술은 비염수술부터 비중격교정술, 축농증내시경수술, 외비성형술까지 가능하고, 목 수술은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교정수술. 편도적출술, 갑상선수술 등 다양하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들은 각자 귀, 코, 목 분야별로 전문 영역을 갖고 있다.
특히 2008년 기준으로 비염수술은 850건, 편도선 절제술은 290건, 갑상선 절제술은 48건으로 매년 빠르게 수술 건수가 늘고 있다.
현재 다인이비인후과병원은 오는 10월 결정되는 전문병원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다인이비인후과도 처음부터 병원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다인이비인후과병원 대표원장인 박하춘 원장(55)은 지난 1990년 이비인후과로 시작했다.
그러나 박 원장은 늘 의원급 의료기관의 한계에 부딪치면서 답답함을 느꼈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찾아와도 장비나 시설 부족으로 돌려보내는 사례가 점점 늘어났어요. 안되겠다 싶어 조금씩 규모를 확장하기 시작한 게 어느새 이렇게 자리잡았네요."
그는 처음 작은 수술실을 갖추고 수술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지금처럼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수술 건수가 늘어날수록 이를 뒷받침할 시설이 필요했고 그때마다 필요한 것을 갖추다보니 지난해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전환했다.
의원급에서 병원급 의료기관이 되는 것은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일단 화장실부터 장애인화장실을 갖춰야했고, 앰블런스와 소방시설 등 병원 내부의 제반시설을 모두 손봐야 했다.
게다가 병원급 의료기관 전환에 따른 환자 본인부담금 상승으로 환자 층도 바뀌었다.
과거에 자주 찾던 지역 내 노인환자의 발길은 점차 줄었다. 대신 수술환자나 이비인후과의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지역 주민이 상당수를 차지했지만 어느새 지역 외에서 찾아오는 환자도 전체 환자의 절반 정도로 늘었다.
진료시간도 길어졌다. 감기환자가 아닌 수술 및 검사환자가 많다보니 상담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검사를 해야 하는 환자는 길게는 2~3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그래도 원스톱 진료를 원칙으로 한다. 의사 당 하루 평균 환자 수는 50~60명.
이비인후과 전문병원으로서의 위상을 제법 갖춘 다인이비인후과병원의 다음 과제는 병원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 첫 번째로 박 원장은 의료진들에게 학회에 연구논문을 적극적으로 발표할 것을 주문했다.
환자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학문적으로도 실력을 인정 받아야 전문병원으로써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이비인후과 전문병원이지만 내과와 마취통증과 전문의를 채용해 수술시 응급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박 원장은 "병원 전환을 준비하면서 롤 모델이 없어 힘들었다. 몸으로 부딪치면서 배우고 있다"고 했다.
잘 나가는 '의원'을 버리고 '병원'을 택한 다인이비인후과는 앞으로 후배의사들의 훌륭한 롤 모델이 될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