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되던 날, 한 포털사이트에서 '동계올림픽 유치에 누가 일등공신인가?'를 투표하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특정 선수나 기업인이 유치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그날의 성공 이면에는 10여 년 전부터 준비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온 많은 숨은 주역들이 있었으며 그들을 뒷받침하는 전 국민의 염원이 있었다.
선진국에서만 하는 눈의 스포츠 축제, 동계올림픽을 우리나라에서 개최한다는 것은 20~30년 전만 해도 꿈같은 이야기였다.
광우병, 천안함 사태 등의 사안들이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고, 생산성 없는 논쟁만 반복하며 서로 다투는 모습에 식상해 있던 국민들에게 온 국민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 꿈을 이루어냈다는 것, 이는 월드컵 4강만큼이나 힘이 나는 기쁜 소식이었다.
지난 두 번의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우리 국민의 저력을 확인하면서도 한편으로 가정상비약 슈퍼판매조차 수십 년간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의료현실을 돌아보니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어느 시대보다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의약계에 모여 있고, 선진국을 능가하는 의료시설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지만 자신들만의 이익을 주장하는 각 이해단체의 주장에 발이 묶여 한 단계 더 도약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상의료제도는 국가의 미래보다 소속 정당의 이해를 앞세우는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의 단골 메뉴로 전락했고, 가정상비약의 슈퍼판매에 대한 논쟁은 의사단체와 약사단체의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으며,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요구 등의 문제로 의사와 한의사가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은 이해단체 간의 갈등, 의료분쟁, 비난성명 등 부정적인 소식을 앞 다투어 전하기만 할 뿐 어느 누구도 공정한 중재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의료에 대한 다양한 불신이 점점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환자들의 불신은 중복검사, 중복처방 등의 의료쇼핑으로 이어지고, 의사들의 불신은 의료분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진료로 이어진다. 이것들은 결국 국민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전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 불합리한 제도가 야기한 '불신'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는데, 그것은 결국 개인과 국가의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귀결되고 있다.
의료서비스는 다양한 직종이 함께 일해야 하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이해당사자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한 주장을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본연의 목적을 잊지 않는다면 문제의 해결 방법은 분명해진다. 국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학교는 학생, 병원은 환자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의료 본연의 목적이 의사, 약사나 제약회사의 이익이나 정치단체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위한 것임을 기억한다면 의료와 관련된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일은 절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잠재적인 환자들'이다. 내가 환자일 때 원하는 최상의 의료시스템을 한국에 구축한다는 공동목표를 가지고 전 국민이 노력한다면, 한때 꿈이었던 동계 올림픽이 현실이 된 것처럼 의료서비스의 한류를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다고 믿는다.
의료 관련 이해단체들, 정치단체들이 각자의 작은 꿈을 버리고 국민을 위한 큰 꿈,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한 공동의 꿈을 가지고 협력한다면 모든 국민이 최소의 비용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보장받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 시스템, 세계의 모든 나라 사람들이 아플 때 찾아와서 진료를 받고 싶어 하는 한국의 병원, 이러한 일들은 더 이상 꿈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