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비뇨기과학회가 전공의 정원을 스스로 감축하겠다고 공언하며 자체 기준을 내놨다. 현재 N-2로 규정된 정원을 N-3으로 조정해 자체적으로 정원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각 수련병원 진료과장들이 모두 동의한 만큼 실현 가능성은 높다. 특히 일부 수련병원은 아예 정원이 없어짐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학회의 방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니 그 의지도 높아보인다.
그렇다면 왜 비뇨기과학회는 이러한 극단적인 방안을 추진하고 나선 것일까. 사실상 생존을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싶다.
비뇨기과학회는 벌써 수년째 자체적으로 마련한 전공의 수급전망에 대한 보고서를 기반으로 정원을 줄여달라며 병원협회에 공식적으로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지난해 사상 최악의 미달사태를 경험한 학회는 결국 자체적인 기준으로 스스로 정원을 조정하고 나섰다.
비뇨기과학회의 이같은 극단적인 선택은 다른 학회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성형외과학회 등 일부 학회들은 수년째 전공의 정원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학회는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정원 감축을 시도한 곳도 있다.
지금까지 전공의 정원은 병원협회가 사실상 전권을 행사해왔다. 여기에 의학회가 의견을 보태기는 했지만 사실상 그 영향력은 미비했다.
우리나라의 열악한 의료 현실속에서 전공의는 각 수련병원들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다.
전문의 몸값에 비해 크게 적은 임금으로 의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 수련병원들은 이를 이용해 급격히 늘어난 병상을 유지해왔다. 전공의 정원이 줄어들 수 없는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각 학회들의 입장은 이와 다를수 밖에 없다. 이미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전문의들은 점점 더 늘어나는 전공의 정원이 그리 달가울 리 없다. 사실상 모든 학회가 전공의 정원을 줄이겠다고 나서는 것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그러한 면에서 각 학회와 병협의 입장은 부딪힐 수 밖에 없다. 비뇨기과학회의 사례는 사실상 이러한 갈등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전공의는 미래의 전문의를 배출하는 통로라는 점에서 국가 보건의료 정책에 주는 영향이 상당하다. 그렇기에 이에 대한 수급계획은 보편 타당한 합리성을 지녀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지금의 전공의 수급계획이 과연 이러한 대원칙이 적용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전공의 인력을 활용해 병원을 지탱하는 기형적인 구조는 이미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과연 현재 전공의 수급계획이 향후 백년을 준비하고 있는지 되돌아 봐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