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임박해지면서 국회의원들이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만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낙연(민주장) 의원은 11일 상급종합병원들이 매년 환자들에게 진료비를 과다청구하다 적발돼 환불해주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낙연 의원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6월까지 이렇게 환불해준 금액이 87억원에 달한다.
이 의원은 병원 실명도 공개했다.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이 이 기간 동안 많게는 10억여원에서 적게는 3억여원까지 환불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사회적 책임이 더 크고 국민적 신뢰가 더 깊어야 할 대형병원이 진료비를 부당하게 받아낸다는 것은 크게 실망스럽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형병원 스스로 노력하고, 정부도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의원이 지적한 부당청구 유형을 보면 결코 일반적인 부당청구와는 거리가 멀고, 의료계의 핵심 현안인 의학적 임의비급여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목을 비급여로 징수하거나 ▲허가기준을 초과해 진료하고 진료비를 환자에게 부담시키거나 ▲진료비에 포함된 처치 및 치료재료비를 환자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모두 대표적인 임의비급여 유형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대표적인 임의비급여 사건인 성모병원의 경우 1심,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의사가 환자의 동의 아래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한 의료행위를 선택하고 비용을 청구했다면 임의비급여로 볼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부당청구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하나 지적할 대목은 급여항목을 비급여로 징수했다는 부분이다.
심평원은 환자가 진료비 확인 민원을 제기하면 급여 대상이라며 환급 결정을 내리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해당 진료비를 환급한 후 심평원에 비용을 재청구했다면 또다시 삭감하면서 의료기관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행정소송까지 제기한 의료기관도 있다.
임의비급여를 막기 위해 허가초과 약제 사전승인 신청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2008년 8월부터 2010년 7월까지 이 제도를 이용한 의료기관은 총 168건에 불과하다.
단순하게 생각하더라도 서울대병원이나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의료기관들이 굳이 환자들에게 비급여를 해야 할 이유도 없다.
돈 몇푼 더 벌기 위해 병원의 이미지를 실추하면서까지 임의비급여를 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그렇다면 왜 임의비급여가 근절되지 않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게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에서 할 일이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의료기관 부당청구 문제가 언론에 도배되면서 해당 병원들은 이미지가 실추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현실이 되풀이되고 있다.
물론 허위청구를 하거나 환자에게 해악을 끼친 의료기관들은 단죄해야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신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