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 환경을 모르는 WHO의 성분명 처방 권고는 월권행위다"
대한의사협회 문태준 명예회장은 11일 '국격에 먹칠하는 WHO 귀동냥'이라는 기고문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방문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한국의 건강보험 재정 적자를 막고 국민의 진료비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건강보험료 인상 ▲본인부담금 차등화 ▲의료수가 조정 ▲성분명 약 처방 도입 등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문 회장은 "WHO가 이상적인 목표는 제시할 수 있을지 몰라도 각 나라의 의료정책과 환경까지 감안한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때문에 WHO가 '이래라 저래라'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성분명 약 처방이나 전문의 수가를 깎아 일반의(GP) 수가를 높여야 한다는 WHO의 조언에 대해 한국의 의료현실과 국민의 의견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무책임한 내용이라고 질타하고 나섰다.
문 회장은 정부가 WHO 의견을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그는 "WHO의 조언이라는 핑계로 이해 당사자들이 원하지 않는 의료정책을 강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WHO의 조언을 금과옥조로 받아들이는 것은 신탁 통치를 자청하는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문 명예회장은 그러면서 이번 사태에 대해 의료계에 대해서도 일갈했다.
그는 "WHO의 무책임한 권고에 대해 이렇다할 반박을 하지 않고 있는 의료계도 반성해야 한다"면서 "의료계가 당당히 할 말을 하고, 일어설 때는 과감히 일어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