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내년부터 특허 만료 오리지널과 제네릭 약가를 53.5%로 일괄 인하하는 약가제도 개편방안을 최근 발표하자 제약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약가제도 개편 주요 내용을 보면 복지부는 그동안 동일 성분 의약품이라도 건강보험 등재 순서에 따라 약품 가격을 차등 적용하던 계단식 약가방식을 폐지하고, 최초 제네릭 등재시 특허만료 1년까지 오리지널 약가는 현행 80%에서 70%로, 제네릭은 68%에서 59.5%로 인하한다. 1년 후에는 특허 만료전 오리지널 약가의 53.55%로 일괄 인하된다.
다만 복지부는 복제약과 리베이트 위주의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 글로벌 신약개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연구개발 중심 생산구조로 제약산업을 선진화하기 위해 혁신형 제약기업 30개 내외를 선정,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이들 제약기업의 제네릭 의약품은 최초 1년간 현행과 동일한 수준(68%)을 부여하는 약가 우대 조치를 하고, 법인세 감면 등 세제지원 및 유동성 위기 예방을 위한 금융지원 등을 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정부의 이번 약가제도 개편의 주 목적은 건강보험 안정이다. 복지부는 현재의 지불제도, 약가 등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2015년 5조 8천억원의 건강보험 재정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단의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게 복지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복지부의 건강보험정책은 심각한 결함을 드러내고 있다. 복지부는 이번 약가제도 개편을 통해 약가를 평균 17% 인하하면 환자 본인부담이 6천억원 감소하고, 건강보험 재정 역시 1조 5천억원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문제는 보장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면 그만큼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항상 보험료 인상에는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표가 되는 보장성은 강화하고, 국민의 저항이 따르는 보험료 인상은 늘 다음 정권으로 미뤄온 것이다.
복지부는 이런 인식은 이번 약가제도 인하 발표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약가제도를 개선하면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1조 5천억원 절감해 국민의 보험료 인상요인을 방지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매우 위험천만하고 한심한 생각이다.
이런 인식은 건강보험 재정 적자를 보험료 인상 없이 의료계, 약계 등 공급자의 수가 인하와 약가 인하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하는 것을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과 다름 아니다.
보장성을 어느 범위까지 확대할 것인지, 또 이를 위해 국민이 부담할 수 있는 적정 보험료는 어디까지인지 등에 대한 합의 없이 무작정 보장성을 강화하고 재정적자가 발생하면 의료계와 제약계의 약점을 들춰내 수가 인하를 단행하는 식의 정책은 이제 식상하고, 반드시 해당 공무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