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환경은 열악한데 종교인 수준의 윤리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병원 경영이라는 '사업' 개념이 들어가면 결국 윤리지침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밖에 없다. 생업이기 때문이다."
최근 의사와 제약사간 관계 윤리지침(안) 공청회에서 나온 현장의 목소리다.
현실이 개입하게 되면 윤리는 흔들리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의료윤리학회 고윤석 회장은 "현실적 제도를 당장 바꿀 수 없다면 현실이 바뀌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의사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의료윤리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의과대학 교육과정에 인문학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음악, 미술, 윤리, 철학 등 인간의 사상 및 문화에 대한 학문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에서 의대에 진학하려면 고등학교에 전교 1, 2등 안에는 들어야만 한다. 국영수만 잘하면 된다. 미술, 음악, 윤리, 역사 등은 뒷전이다.
그렇게 대학교에 들어가면 이들은 또 경쟁 속에서 공부해야 한다. 선후배와 어울려 잔디밭에서 술을 마시고 과 활동 등을 하면서 대학이라는 작은 사회를 경험해볼 시간이 적다.
의사가 되면 부모님과 친척은 물론 친구들도 '의사 친구'를 뒀다며 칭찬한다. 내가 최고라는 생각에 갇히기 쉽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의사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 많은 정부 규제가 앞 길을 가로막고 있다.
사회에 유연하게 적응해 나가려면 인문학 교육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미국의 의과대학들은 성적이 아니라 성격을 보고 학생을 뽑는다고 한다. 이와 함께 문학과 의학, 철학을 다루는 과목이 개설돼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예일대 의대에서는 미술 수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람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함이다.
우리나라도 의대의 인문학 교육 중요성이 커지면서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연세대 의대는 문학을 다루는 교육을 하고 있다. 작년부터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에 의료 커뮤니케이션 과목이 추가됐다.
의대는 환자의 신뢰를 받는 의사를 만들어낼 책임이 있다. 의사의 기술적 실력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대하기 위한 인문학적인 마인드도 필요하다.
사람을 제대로 대할 수 있을 때 환자와 의사간 신뢰가 형성되고,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