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건강검진기본법시행규칙 개정안을 살펴보면 한방병원 및 치과병원이 의과 진료과목을 설치한 경우 건강검진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지난해 1월 의료법을 개정하여 한방병원 및 치과병원이 의과 진료과목을 설치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협진을 통해 국민들에게 건강한 삶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건강검진기본법은 국가건강검진을 통해 모든 국민이 건강위험요인과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를 받음으로서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 받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것을 이념으로 제정됐다.
무릇 의학과 한의학은 그 기본 개념과 치료방법이 상이하여 우리나라에 현대 의학이 도입된 후 117년 동안 범국민적인 일원화 요청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줄곧 이원화의 길을 걸어왔다.
또한 이에 대한 판례나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도 모호해 실제 의료현실에 있어서는 어떤 것이 의료행위이고 어떤 것이 한방 의료행위인지 범위 설정이 어렵거나 업무영역을 침범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한방병원 및 치과병원의 일반 검진기관 지정시 현실화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몇 가지 문제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한방병원 및 치과병원이 의과 진료과목을 설치 운영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 개정 근본취지를 무시한 처사다.
의료법 개정을 통해 한의사 및 치과의사도 의사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한 근본취지는 각 영역의 특성을 한 곳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환자진료에 최선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한 협진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협진은 환자 진료에 해당하는 것인데 질병 치료가 아닌 스크리닝 개념의 건강검진에까지 확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로서 협진제도가 어느정도 정착되고 효과가 검증된 이후 제도 도입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둘째, 검진기관 주체에 따른 추가적인 의료비 발생으로 국민의료비 증가요인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
현재 일반건강검진 및 생애전환기 건강검진, 암검진 등을 실시할 수 있는 주체는 의과 요양기관임에도 불구하고, 한방병원 및 치과병원에서 의사를 고용하여 건강검진 기관으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방병원 및 치과병원에서 건강검진을 실시한 후 검진결과에 따라 2차 검진 등은 고용된 검진의사가 상담 및 치료를 전담해야 하는데 임상진료 의사가 아닌 단순히 현대의료장비와 검사실 운용을 위해 고용된 의사라면, 2차 상담 및 치료는 한방진료를 통한 편법적 운영을 피할 수 없어 국가건강검진의 질적수준의 저하 뿐만 아니라 비급여 처방을 통한 국민의료비 상승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
셋째, 검진의 기본취지인 질병의 조기발견 및 예방에 역행한다.
건강검진의 기본취지는 건강위험요인과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를 받기 위한 것으로서 검진기관의 양적팽창보다는 검진의 질이 우선으로 담보되어야 한다.
현재 검진기관은 포화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검진의 전문성이 없고 이에 대한 관리가 전무한 한방병원 및 치과병원으로 확대할 경우 의료기관간 과다경쟁으로 인해 검진의 질을 떨어트림으로서 국민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크다.
따라서 정부는 현재 검진기관의 지속적인 양적 팽창으로 인한 정도화된 질관리 평가를 위해 시간을 할애해도 부족한 현실에서 한방병원 및 치과병원으로까지 검진기관을 확대하려는 건강검진기본법 시행규칙 개정을 즉각 철회함으로서 건강검진 질관리에 역주행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