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상위 제약사들이 외자사 약 팔기에 여념이 없다.
종류도 다양하다. 처방약과 일반약, 심지어는 국내제약사의 생명줄이라고 할 수 있는 복제약도 포함됐다.
실제 업계 1위 동아를 비롯해 대웅, 유한, 한미, 녹십자 등 국내 최상위 업체들은 제각기 다국적사의 유명 처방약과 일반약 등을 팔고 있다.
이유는 뭘까. 그들은 하나같이 약값인하, 리베이트 규제 등으로 저성장 기조에 빠져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업계는 이런 현상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위험요소도 다분하다는 것이다.
A제약사 관계자는 "외자품목이 많은 기업들은 '판권회수'라는 불안요소가 늘 존재한다. 만에 하나 제품을 거둬가는 날에는 외형 거품이 빠지는 등 큰 부작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B제약사 임원은 "품목제휴시 상당기간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칼자루는 다국적사가 쥐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국내사는 계약조건 등에 휘둘릴 수 밖에 없고, 결국은 라이센싱 품목을 뺏길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잘라말했다.
그는 "최소 판매수량 미달시 패널티, 계약 종료 후 판권 회수시 미보상, 경쟁품 판매 금지, 계약 갱신시 종료 및 해지 다국적사 결정, 판촉 비용 국내사 부담 등 독소조항도 많다"고 우려했다.
국내-다국적사 간의 품목제휴.
물론 저성장 기조에 빠진 국내제약사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불리한 계약 조건 등을 떠안고 공동판매를 해야하는 국내 제약업계의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그간 복제약 판매, 리베이트 영업 등 손쉬운 방법으로 이익을 얻었던 탓이 크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는다는 말이 있다. 이제부터라도 하루빨리 경쟁력을 갖춰 '외자사 약 파는 국내제약사'라는 오명은 벗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