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국정감사가 다가올 때쯤이면 국회의원들은 관련 국가기관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해 보건의료계 문제점을 지적하는 자료를 쏟아낸다. 그러면 언론은 '000의원에 따르면…'으로 시작하는 기사를 앞다퉈 보도한다.
그러나 단순히 자료를 눈에 보이는 그대로 분석해 만들어낸 결론은 자칫 보건의료 전문가에게는 황당함을, 국민에게는 혼란을 주는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
최근에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황당한 자료가 나왔다.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김선동 의원(한나라당)은 보건복지부에게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 '최근 3년간 대학별 의사국가시험 합격률 현황'을 발표했다.
김 의원은 학교의 명성이 의사의 실력과 직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자료에 따르면 명문 의대라고 해서 의사국시 점수가 높게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의대생의 의사국시 합격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다"며 "이들 의대 교육이 최고인 것만은 아니라는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의대 관계자는 메디칼타임즈와의 전화통화에서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은 의사국시에 응시하지 못하게 유급시키면 합격률이 높아지는데 그런 대학을 좋은 의대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또 최근 들어 흔히 발표되고 있는 항생제 부작용 보고 급증과 관련해서도 조금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위 전현희 의원(민주당)은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게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의약품 부작용 발생 현황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항생제 부작용 보고 건수가 특히 증가했다.
식약청 약물감시사업단 관계자는 "지역약물감시센터장으로 어떤 과 교수가 선정되는가에 따라 편향된 선택(selection bias)이 개입돼 보고 건수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센터장이 감염내과 교수가 많으면 항생제 부작용 보고가 상대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부작용 보고 자료를 이용해 어떤 현상을 지적하기 위해서는 약에 대란 전체 처방건수, 부작용발생자 수, 부작용신고율 등 다양한 요소를 따져야 한다"며 "하지만 부작용 신고를 정확하게 잡아내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부작용 발생자 및 신고율은 정확한 자료를 얻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보건의료와 관련된 문제점 지적은 그 어느때보다 신중해야 한다. 국민 개개인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 그 파장은 어마어마하게 커질 수 있다.
국회의원은 국가기관에서 필요한 자료를 제출받으면 적극적인 자문을 구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제대로된 해석을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