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 과정에서 동의서 대필 등 피험자의 동의를 안 받거나, 시험의약품의 부작용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안전 불감증'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현희 의원(민주당)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 제출받은 '임상시험 현황 및 실태조사 결과'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 임상시험 실시기준 위반 및 피험자 동의규정 위반 등 총 64건의 행정처분이 내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피험자에게 제대로 동의서를 받지 않거나 대필해 11건의 행정처분이 내려졌고, 피험자 선정기준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도 10건이나 됐다. 또 임상시험 중 피험자 선정기준을 위반한 경우도 다수 발견됐다.
사례별로 살펴보면 분당 S병원은 피험자 선정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피험자 12명을 등록해 임상을 진행했다가 식약청 조사로 경고처분을 받았다.
작년 서울소재 A병원에서는 임상자격을 갖추지 않은 간호사가 피험자 동의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대필 동의서를 작성하다 덜미가 잡혔다.
서울의 B병원는 동의서가 변경됐으나 서면으로 재동의도 받지 않았고, 임상시험 문서를 담당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임의로 작성하기도 했다.
서울 K병원의 경우 식약청 조사 전까지 30명의 피험자 동의도 받지 않고 임상시험을 진행하다 적발됐다.
서울소재 C병원은 임상시험에 대한 정보를 피험자에게 충분히 알려야 하지만 시험책임자의 위임을 받지 않은 사람이 피험자의 동의를 받는 일도 있었다.
이외 식약청장이 인정한 임상시험실시 기관을 벗어난 곳에서 시험을 하거나 아예 식약청 허가없이 벌어진 임상시험도 두 건 있었다.
한편 피해 보상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미비한 실정이다.
제약사와 병원들은 민간 보험사의 임상시험 피해보장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일반 피험자들은 가입할 수 없다.
전현희 의원은 "제약사 간 보상규정이 상이하고 추상적이어서 임상피해자의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2008년 식약청이 제약사 등과 함께 만들겠다고 한 피험자 보상규약이 아직도 표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이어 "전문적 의학지식이 없어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어려울 수 있는 피험자를 위해 구체적이며 표준화된 임상피해자 표준규약 제정이 시급하다"며 "임상시험피해신고센터나 임상피해 보상 관련 이견을 심의․조정할 수 있는 독립 심의기구가 설치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