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교육과학기술부가 정부 재정지원 중단 대상 대학 43개를 선정, 발표했다. 이들 대학은 전임교원 확보율, 학사 관리 등을 종합 평가했을 때 하위 15%에 해당한다. 이들 대학 중 일부는 구조조정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대학 중 의대가 설립된 곳은 서남대, 고신대, 관동대, 원광대 등 4곳이다. 교과부가 퇴출 유력 대학을 발표하자 이들 의대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대학이 부실 판정을 받았지만 의대만 놓고 보면 평가지표가 양호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최근 대학알리미가 발표한 2011년 기준 국내외 학술지 게재 실적, 연구비 수혜 실적 등을 놓고 보면 이들 의대는 연구 경쟁력에서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했다. 해당 대학뿐만 아니라 의대 역시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서남의대는 2011년 기준으로 SCI급 학술지에 단 한편의 논문도 발표하지 않았다. 관동의대, 고신의대 역시 각각 20.2편, 20.1편에 불과하다. 서울의대가 681.9편을 발표한 것과 비교하면 할 말이 없어진다.
그렇다고 이들 의대가 국내 학술진흥재단 등재지에 논문을 많이 낸 것도 아니다. 서남의대는 학진 등재지에도 논문 한편 발표하지 않았다. 관동의대는 학진 등재지에 겨우 10.9편을 발표해 서남의대와 꼴찌를 다투는 상황이다.
연구를 지원하려는 대학 당국의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서남의대는 연구과제를 단 한건도 따내지 못했고, 연간 연구비가 '0원'이다. 충격적이다.
대학의 가장 중요한 역할과 임무가 교육과 연구라는 점에서 사실상 존재 이유를 상실했다. 관동의대도 교내 연구비 지원액이 전무하다.
관동의대는 의대설립 부대조건인 부속병원조차 설립하지 못해 교과부로부터 입학정원 10% 감축이라는 징계를 받은 상태다. 서남의대는 부실의대의 대명사가 된지 오래다.
부실의대로 인한 피해는 결국 재학생과 국민에게 돌아간다. 부실의대를 퇴출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지금도 상당수 대학들이 의대를 신설하지 못해 안달이다. 이들 대학 상당수는 대학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차원에서 의대 신설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지역 의료 활성화는 명분일 뿐이다.
이번 기회에 부실의대를 퇴출시키고, 의대 진입장벽을 대폭 높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