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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병원의사들이 피로감에 대처하기 위해 약을 복용함으로써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될 것인가?
장시간 근무를 위해 의사들에게 약물의 투여가 윤리적으로 합당한지에 대한 연구결과가 Annals of Surgery에 발표됐다.
누구나 그렇듯 의사들도 피곤이 쌓이면 카페인이나 니코틴 등과 같은 흥분제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곤 한다.
영국 런던 임페리얼대학의 Colin Sugden 교수팀은 더 강력한 흥분제, 예를 들면 모다피닐(modafinil)은 의사라는 직업 수행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검사했다.
시간을 이동시키는 약이라고도 불리는 모다피닐은 원래 수면무호흡증이나 기면증을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현재는 미국, 프랑스, 영국, 인도 등에서 암페타민(amphetamine)의 대용품으로도 사용된다.
모다피닐이 뇌에 작용하는 부위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시상하부의 특정 부분을 자극해 사람들이 깨있도록 작용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연구팀은 전날 밤 잠을 전혀 자지 못한 남자 의사 39명을 대상으로 모다피닐에 대한 위약대조실험을 했다. 모두 약을 먹은 뒤 몇 가지 인지능력 테스트를 받고 수술 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수술훈련 시뮬레이터를 사용했다.
단, 선입견을 피하기 위해 실험 진행 중에는 참가자들은 물론 연구팀도 누가 위약군인지 알 수 없도록 했다.
그 결과 모다피닐을 복용한 의사들은 인지능력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들은 작업기억이 뛰어났으며, 위약군에 비해 더 효과적이고 계획성 있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수술 능력은 개선되지 않았다.
Sugden 교수는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모다피닐을 복용한 사람이 인지능력 테스트에서 보인 성과와 그가 의사로서 일하는 것 사이에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면서 "결론을 내리려면 장기적으로 안전성과 효과를 관찰하는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만약 이번 연구로 환자를 더 잘 치료한다는 증거를 발견했다면 장시간 근무하는 의사들이 모다피닐을 먹도록 장려해도 괜찮을까? 모다피닐이 피로누적으로 인한 의료과실을 피하는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을까?
Sugden 교수는 연구 결과는 어디까지나 학술적인 부분으로 실생활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근로환경과 같은 윤리적인 부분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2007년에 발표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의사가 밤새도록 근무하면, 환자를 사망으로 몰아갈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정상적인 스케줄에 따라 근무했을 때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이와 반대로 2004년 뉴욕에 있는 병원들을 대상으로 근무시간을 줄였을 때 변화를 살펴본 결과 심부전, 폐렴 등에 의한 사망률이 이전과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