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 인력난이 너무 심각해서 박람회에 참여했어요…막상 와보니 간호인력은 없고 보건행정분야 지원자만 많네요. 행사장에 구직을 원하는 간호사, 간호조무사로 가득찼으면 하고 기대 했는데 아쉽습니다."(김창현 자인메디병원 행정부원장)
"보건행정학과 학생인데요, 채용시장 분위기도 볼겸 친구들이랑 왔어요. 몇 군데 면접도 봤구요. 오늘 보니깐 보건행정직 지원자가 많네요."(이모씨·여·22세)
16일 오후 2시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 직원 채용을 원하는 중소병원 25여곳과 산부인과 및 산후조리원 15여 곳이 각각 부스를 설치하고 채용박람회에 참여했다.
이들 의료기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면접을 실시했다.
의료기관 명칭이 알려진 병원 부스는 잠시이긴 해도 구직자들이 면접을 받고자 줄을 서는 상황이 종종 연출되기도 했다.
양지종합병원 면접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약 55명을 상대로 면접을 실시했으며 이력서만 제출한 구직자까지 합하면 약 100여명이 다녀갔다"고 했다.
그러나 모든 의료기관의 부스가 붐빈 것은 아니다.
혜민병원 부스에는 오후 3시까지 총 5명의 구직자가 다녀간 게 전부다.
얼마 전 복지부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목포한국병원 또한 면접을 실시한 구직자는 9명에 불과했다.
목포한국병원 면접관은 "병원 홍보 차원에서 참여했다"면서 "구직자 상당수가 서울, 수도권에 거주하기 때문에 채용이 쉽지 않을 듯하다"고 밝혔다.
오후 내내 썰렁했던 가연 산후조리원은 오후 3시경 일찌감치 '채용 마감'을 써 붙이고 부스를 정리하고 있었다.
가연산후조리원 관계자는 "생각만큼 면접이 활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면서 "채용 마감이 된 것은 아니지만 찾아오는 구직자가 없어 부스를 일찍 정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는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병원협회, 산후조리업협회가 공동주관한 행사로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중소병원의 구인난을 해소하고자 마련된 것.
그러나 이날 채용박람회에 참여한 의료기관들은 "취지는 좋았지만 간호 인력난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 의료기관 및 산후조리원은 간호 인력을 채용하고 싶어 참여했지만, 막상 박람회장에는 보건행정 분야를 지원하려는 보건행정학과 학생이 상당수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양지종합병원 면접관은 "다음 박람회에는 간호인력 지원율이 높아졌으면 한다"면서 "사실 보건행정분야 직원은 평소에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문제는 간호인력"이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A병원 면접 접수 대장에는 대부분이 행정직 지원자로 간호직 지원자는 20명 중 1명 꼴에 불과했다.
혜민병원 면접관 또한 "간호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나왔는데 간호사는 2명, 간호조무사는 3명이 찾아온 데 그쳤다"면서 "의료 현장에선 간호인력난이 심각한데 해결책이 없어 답답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대해 중소병원협회 관계자는 "보건행정학과 학생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보건행정직 지원자가 몰렸는데 앞으로는 간호인력 지원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계속 고민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