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전문과목에 대한 진료만 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제한했으면 좋겠다."
얼마 전 만난 개원의사가 한숨을 내쉬면 한 말이다.
최근 개원가의 진료영역 파괴가 너무 심각해 전문의 수련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으니 해당 전문과목 진료만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얘기다.
물론 그는 웃고 넘기자고 한 얘기였지만, 한편으로 그의 푸념은 개원가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최근 피부과의사회가 미용사법 제정에 따른 피부미용사들의 유사의료행위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고주파 등 의료기기 중 일부를 미용기기로 전환하도록 하는 미용사법이 통과되면 피부미용사들의 유사의료행위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환자들에게 무분별하게 시술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도 있지만 진료영역을 침범한다는 위기의식이 일부 작용했다.
비성형외과 의사들의 미용성형 진출로 성형외과 개원가에 위기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는 비급여 진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심지어 이같은 문제점은 급여진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 귀, 코, 목 등 이비인후과 진료는 소아과와 분명히 구분했지만 최근 들어 소아청소년과에서 소아이비인후과를 부각시켜 소아환자를 타깃으로 한 소아이비인후과가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산부인과는 여성질환 이외에도 고령화시대를 맞아 내과질환인 고혈압, 당뇨 등 질환에 대한 처방까지 함께하고 있다.
한의원의 비염, 피부 및 비만 진료 확대는 이미 식상한 주제가 됐을 정도다.
그렇다고 뾰족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경쟁은 치열해지고 또 그만큼 개원시장은 척박해지고 있다.
매년 조금씩, 의사가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없는 의료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게 아닌지 씁쓸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