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2일 한나라당은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강행처리하려 하자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렸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놓고 국론이 분열된 상황이었다고 하지만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이런 폭력이 반복되는 현실에 할 말을 잃었다.
그런데 그 '폭력국회'의 망령이 의료계에도 잊을 만하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일 의협 임시대의원총회장에 전의총 회원들이 경만호 회장에게 계란을 던지고, 멸치액젖을 투척했다. 일부는 경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는 단상을 걷어차고, 욕설을 퍼부었다. 경 회장은 이들에게 폭행 당하는 불상사까지 빚어졌다.
전의총의 이런 행동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4월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도 고성과 막말을 쏟아낸 바 있다. 그러나 그 때와 달리 이번 임시대의원총회에서는 폭력을 행사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폭력은 그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 아무리 명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의 대응은 의료전문가집단의 명예와 권위만 훼손할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의사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의협 대의원회 의장단은 11일 긴급 성명서를 통해 "최소한의 예의는 커녕 의사이기를 포기한 그들의 야만적 행위는 폭력조직과 다를 바 없는 수준"이라고 맹비난했다.
또 의장단은 "누가 과연 그들을 의대에서 정규교육을 받고 환자의 질병을 치유하는 숭고한 직업을 가진 의사라고 볼 것인가"라고 개탄했다. 전의총은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의료계에 다양한 철학과 이념을 가진 단체가 생겨나고, 이들이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의료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자신과 노선이 맞지 않다고 해서 폭력을 행사한다면 저질국회, 폭력국회와 다를 바 없다.
의협 역시 이번 기회에 다양한 단체들이 대의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 젊은 의사들이 소외되거나 권리를 침해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