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은 건강검진 당일 같은 의사가 검진과 관련 없는 진료를 했다면 진찰료를 별도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공단이 해당 진찰료 521만원을 환수한 처분이 위법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지극히 당연한 판결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보면 그만큼 의사들의 의료행위에 대한 삭감, 환수가 상식의 선을 넘어섰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판결을 재구성해 보면 산부인과를 개원중인 L원장은 2008년 4월부터 수진자 463명에 대해 자궁경부암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자궁질도말세포 병리검사비용을 청구했다.
또한 건강검진 당일 검진과 관계 없는 다른 질병을 진료하고 해당 진찰료를 청구했지만 공단은 이를 환수했다. 건강검진을 한 의사가 검진 당일 수진자 이상소견 및 기존 질병에 대해 진료한 경우 진찰료를 별도로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L원장은 이를 부당하다고 판단해 행정소송을 청구했고, 1심에서 패소했지만 2심, 3심에서 승소했다.
요양급여 적용기준 및 방법 세부사항에 따르면 건강검진 당일 동일 의료기관에서 동일 의사가 검진 결과에 따라 진료하는 것은 건강검진 과정의 진료행위와 연계되는 것이어서 진찰료를 별도로 청구할 수 없다.
공단은 이 고시가 검진 당일 동일 의사가 검진 이외에 다른 질병을 진료했다 하더라도 별도의 진찰료를 청구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서울고법과 대법원은 검진 결과와 연계되지 않은 진료에 대해서는 이 고시를 적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서울고법은 "이 고시의 문헌상 진찰료를 청구할 수 없는 것은 기존 질병 또는 다른 질병에 대한 진료행위가 검진 결과에 바탕해 이뤄지거나, 검진과정에서 나타난 결과와 연계해 이뤄지는 것을 의미하는 게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검진 당일 동일 의사에 의해 이뤄진 모든 진료에 대해 요양급여상 진찰료를 지급하지 않고 검진에 따른 진찰료만 지급하게 되면 요양기관은 다른 질병에 대한 요양급여상 진찰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고 환기시켰다.
이번 판결은 비단 L원장에게 국한된 사안이 아니다.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는 올해 영유아 건강검진 당일 시행한 진찰료를 공단이 환수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으며, 현재 1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사실 이런 식의 환수는 비일비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별 의료기관 입장에서 보면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 시간 등이 만만치 않고,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한다는 자체가 부담스럽다보니 그냥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단은 고시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진료비를 환수하는 관행을 없애고, 애매한 잣대를 바로 잡아야 한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의료계가 끊임 없이 문제삼고 있는 초진, 재진 산정기준을 포함해 비상식적인 고시를 개정해 의료기관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