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영리병원 도입과 무상의료 논란, 수가 인하 등으로 시끄러웠던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한국 의료는 공익성과 시장논리의 대립 속에서 효율적인 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민들은 영리에 집착하는 병원들을 비난하면서도 최고의 의료설비가 제공하는 최선의 서비스를 받기를 원한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변화하고 있는 한국 의료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미래를 예견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몇 가지는 조심스레 전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의료시장은 지금보다 훨씬 팽창해 있을 것이다. 현재는 GDP에서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 이하이지만, 노인인구의 증가,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나라도 OECD 국가들의 평균치인 9~10% 수준으로 의료비가 증가할 것이며 의료서비스와 의료 관련 산업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둘째, 국가와 사회에 대한 의료인의 기여도도 증가할 것이다. 최근 한국의 국가경쟁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반도체, 자동차, 선박 산업은 20~30년 전 공과대학에 우수한 인력이 많이 지원하여 교육을 받았고, 그 인적 자원들이 산업현장에서 이룩한 공헌이 큰 역할을 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최근 10~20년 사이에 우수한 인력들이 의과대학으로 집중했으니, 우수한 인재가 국가경쟁력을 선도한 선례를 따라 경제적인 경쟁력뿐만 아니라 공익적인 측면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기를 희망한다.
마지막으로, 희망이긴 하지만 의료서비스 제도의 이상적인 표준시스템이 우리나라에 구축되어 세계가 대한민국을 따라오고 싶어 하는 미래를 꿈꾸어 본다.
세계화는 안방에서 인터넷을 검색하여 세상에서 가장 싸고 질이 좋은 물건을 찾고, 그것을 자신의 집 현관에서 택배로 받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적절한 비용으로 이용하기 원하는 환자들의 국가 간 이동은 이미 시작된 지 오래되었고 매년 확산 되는 추세이다. 선진국에서 살고 있는 교포들도 병이 나면 귀국해 한국에서 치료를 받고 가는 모습은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다.
최고의 인적자원과 첨단시설 그리고 우리나라 특유의 속도 효율성까지 더해진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를 경험한 외국인들은 대부분 다른 가족을 데리고 다시 한국을 방문한다고 한다.
수년 전 캐나다, 유럽, 쿠바 등의 사회주의적인 체제의 의료제도와 비교하며 시장경제논리를 앞세운 미국 의료제도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영화, '식코(Sicko)'가 개봉되어 화제가 되었지만, 아직도 미국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어놓지 못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식코'에서 이상적으로 그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국민 입장에서는 비효율적이고 의료인이 보기에는 기술적인 면에서 정체되어 있는 문제점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사회주의적인 의료시스템을 가진 국가들이 그 해결책을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에서 찾고자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비용을 지불해야 할 때는 공익성을 앞세운 유럽의 의료제도와 비교하고, 의료서비스를 받을 때는 가장 영리적인 미국의 시스템과 비교하며, 한국의 의료제도를 평가하는 국민들의 끊임없는 불만과 요구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 내에 사회주의적인 제도의 장점과 자본주의적인 제도의 장점이 공존하게 만든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신용카드 한 장으로 세계 어느 곳에서나 물건을 구입하고, 스마트폰 하나로 세계와 소통하는 시대이다. 흩어져 있는 개인의료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IT 기술과 접근성과 효율성이 뛰어난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이 접목한다면, 특정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어디에서 쓰러져도, 그가 지닌 카드 혹은 스마트 폰에 저장된 정보로 앰뷸런스에서부터 적절한 치료가 시작되는 일이 더 이상 공상이 아닌 세상을 만드는 일에 한국 의료가 앞장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료 관련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데 비해 의료제도에 관한 한 어느 나라도 국제표준을 만들지 못하고 혼란에 빠져 있다. 가까운 미래에 의료시스템 구축 분야에서부터 우리나라가 세계표준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