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기관 지불제도 개편을 위해 내년 상반기 포괄수가제(DRG) 전면 시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괄수가제는 비급여 및 비보험 항목을 급여화해 진료 량과 무관하게 일정액을 지불하는 수가모형.
복지부는 이를 통해 입원환자의 비용부담을 경감하고, 행위별 수가제의 부작용으로 지적되는 불필요한 검사와 처치를 최소화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정해진 수가에 맞춘 진료패턴에 따른 의료 질 하락과 행위량 변동에 따른 수가인하를 우려하는 분위기이다.
행위별수가제가 가진 문제점을 개선하기 이전에 대안으로 포괄수가제를 마련하는 것은 수용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포괄수가제가 가진 의의나 취지에는 공감이 가지만 제도 도입의 진행 과정에서 우려가 드는 게 사실이다.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제도를 보완해서 시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협의보다는 제도 강행의 의지를 확인한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선택의원제에도 의욕을 보인 바 있다.
선택의원제 도입 움직임에 의료계는 '총액계약제'의 사전 도입 수순이 아니냐며 반발했지만 정부는 강행 의지를 관철했다.
결국 당초 안과는 다르게 '무늬만' 남은 선택의원제가 4월부터 시행되지만 찜찜한 것은 정부나 의료계 모두 마찬가지다.
포괄수가제 도입 과정에서도 선택의원제에서 나타났던 현상들이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의료계의 반발에도 정부는 강행 의지를 계속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인구 급증에 따른 만성질환자 증가 등 한정된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기위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제도 시행이 불가피한 선택이거나 시대적인 흐름이라면 상대방을 제도 참여의 주체로 끌어들이는 '설득의 힘'이 중요하다.
먼저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포괄수가제의 도입을 발표했다면 분위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내년 7월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그 과정에서 의료계의 불만과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지 여부는 논의에 임하는 정부 측 자세에 달려있다.
의료계를 '굴복시켰다'는 표현보다 '설득했다'는 말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