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월부터 약값이 떨어진다며 그 기준에 맞춰 신제품 약값을 주고 있습니다. 아쉽지만 제약계도 이를 받아들이고 있죠."
제약업계가 곧 있을 반값약 정책 시행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많은 업체들은 이 제도가 부당하다며 법적 소송을 준비하고 있지만 승소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것.
특히 이런 현상은 약값 협상에서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최근 모 복합제 허가를 받은 A제약사 담당자는 11일 "곧 신제품 약가책정이 이뤄진다. 가격은 얼추 약값 일괄인하 정책이 시행됐다는 가정하에 책정됐다"고 귀띔했다.
그는 "플라빅스와 아스피린 복합제는 국내에 허가된 적이 없다. 개발 당시 높은 약값을 예상했던 이유다. 하지만 이는 반값약 정책으로 물거품이 됐다. 만약 제약계가 약가소송에서 이겨도 이미 결정된 약값은 오르지는 않는다"고 한숨쉬었다.
이런 상황은 비단 A제약사에 국한되지 않았다.
다국적 B제약사 모 PM은 "약가 협상은 심평원의 경제성 평가를 통해 대략적인 가격선이 결정된 후 공단과 최종 조율에 나선다. 기존약 가격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소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정부는 4월부터 약값이 깎인다며 이 기준으로 가격을 주려고 한다. 이렇게 예상할 수 없는 약가 정책이 반복되면 신약을 공급하는 다국적사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시장 변동성이 너무 크다"고 답답해 했다.
다국적 C제약사 임원도 현재 항혈소판제 신약 가격 협상에 이같은 난항을 겪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임채민 복지부 장관은 지난 9일 제약사 대표 10여 명과 회동을 갖고 정부 정책에 협조해 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만남은 임 장관이 직접 요청에 의한 것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인사는 "약가소송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내용도 없었다. 임 장관이 약가소송을 중단하라는 무언의 압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