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대학병원이 흉부외과 교수들에게 당직 수당을 지급하지 않자 해당 과 과장이 항의의 표시로 과장직에서 사임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방 D대학병원은 흉부외과 교수들에게 당직 수당을 별도로 지급하지 않았다.
D대학병원은 현재 흉부외과 전공의가 1명 밖에 없다. 그러자 4명의 교수가 일주일에 2차례 당직 스케줄을 소화 중이다.
문제는 D대학병원이 지난해 9월부터 교수들의 당직비(일일 1인당 8만원)를 없애면서 시작됐다. 대신 D대학병원은 흉부외과 수가 100% 가산분으로 한 달에 300만원을 의국 운영비로 일괄 지급하고 있다. 의국 운영비에서 당직비를 찾아가라는 것이다.
이를 교수 4명으로 나누면 한 달에 80만원도 안 될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로 지급되는 의국비를 교수들에게 나눠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자 흉부외과 과장은 "창피해서 과장직 못 하겠다"면서 당직비와 수가 인상분에 따른 수입 증가분을 올바로 집행할 것을 경영진에 요구하며 진료과장 사직서를 제출했다.
D대학병원은 흉부외과의 진료수입과 의료분쟁 등을 이유로 기존 방식을 고수하다 올해 1월 진료과장을 교체했다.
병원 관계자는 "개인적인 문제로 과장직을 사임한 것으로 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흉부외과 모 교수는 "전공의 급여는 200만원 지급하면서 당직비를 없애고, 수가인상분도 의국비로 지급해 교수들에게 들어오는 돈이 사실상 한 푼도 없다"면서 "일 년 내내 일주일에 2~3번씩 당직을 서는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타 진료과에서 수가인상분에 대한 시각이 곱지 않은 것은 이해하지만 의국비로 지급하며 알아서 하라는 식은 문제가 있다"며 "다음주 중 원장과 간담회가 잡혀 있어 기대하고 있지만 교수들의 의견이 반영될지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흉부외과학회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어 상황만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상반기(1~6월) 흉부외과와 외과 수가인상에 따른 수입 증가분 사용 실태조사 이후 일부 병원의 전공의 감축 조치만 취했을 뿐 이렇다 할 추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학회 한 임원진은 "대형병원 조차 수가인상분 지급을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수가 인상분이 없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연판장까지 돌렸는데, 예산을 반영하지 않은 수련병원이 늘고 있어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난도의 심장수술로 대표되는 흉부외과가 복지부와 병원장의 무관심 속에 병원 내 외로운 섬으로 고립되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