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동안 쌓아온 벽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가톨릭의대가 순혈주의 타파를 위해 의무부총장 등 보직자부터 주임교수까지 공개 모집을 추진한지 5년. 지원자는 전무했고 또 다시 내부 인사로 보직을 채워야 했다.
가톨릭의대는 3월 1일자로 성형외과학교실 등 6개 과 주임교수를 임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형외과학교실 주임교수는 의정부성모병원 성형외과 권호 교수가 임명됐고 내과학 교실은 차봉연 교수(서울성모 내분비내과)가, 신경외과학 교실은 전신수 교수(서울성모 신경외과)가 맡았다.
주임교수 전원이 가톨릭의료원 소속 교수라는 점에서 공개 모집은 사실상 집안 잔치가 된 셈이다.
실제로 가톨릭의대는 지난 11월부터 교육공무원 임용령에 따른 결격 사유가 없을 경우 국적과 출신 아무 것도 따지지 않겠다며 주임교수 공개모집을 실시했다.
가톨릭의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방면의 인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결국 가톨릭의대 출신 교수가 주임교수에 오르면서 인재 영입은 불발로 끝났다.
이 같은 공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순혈주의 타파를 목표로 의무부총장과 주임교수 공개모집을 실시한 가톨릭의대는 5년째 공모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못하다. 지금까지 단 한명도 타교 출신 지원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톨릭의대가 지금까지 지켜왔던 순혈주의에 대한 부담감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그러나 가톨릭의대는 끝가지 외부 인재 영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방면의 인재가 모여야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톨릭의대 관계자는 "사실 몇 년 만에 타교 출신 인재들이 지원할 것이라고 기대는 하지 않았다"며 "꾸준히 인재 영입을 위해 노력하다보면 언젠가는 진심을 알아주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제로 지난 몇 년간 타 대학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90%를 넘던 본교 출신 비율이 이제는 80%대로 낮아졌다"며 "이렇게 서서히 장벽을 허문다면 다양한 인재들이 공모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