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료법 체계가 사회보장적 의료체계 기획을 내포하기 때문에 의료영역 구성원간에 비대칭적 계약을 맺도록 유도,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견해가 제시됐다.
고려대학교 법대 이상돈 교수는 21일 열릴 '의료와사회' 포럼에서 우리나라 의료법은 자유계약을 억제하는 사회국가적 기획 성격이 강하고 사법부 또한 환자를 사회적 약자로 보고 보호적인 판결을 해왔다는 내용의 주제발표를 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지난 30년간 계속돼 온 사법부의 환자보호판결은 의사와 환자의 계약관계에서 합의의 측면보다는 긴장과 대립의 측면을 두드러지게 했다”고 말하고 “이러한 계약적 의료관계 모델 하에서 의료가 의사의 윤리적 인격이 제거된 용역으로 물화됐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라 의사들도 직업정체성의 위기를 겪게됨과 동시에 수익성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의료행위의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견해다.
그는 또 의료관계가 그동안 의사의 직업윤리와 ‘사회국가적 기획’을 기초로 짜여져 왔다며 이런 모습은 의료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의료인은 진료 또는 조산의 요구를 받은 때에는 정당한 이유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는 의료법 제16조 1항은 의료관계 형성에 있어서 환자는 권리를 갖고 의사는 의무를 갖는 비대칭적 의료관계를 전제한다는 것이다.
또 ‘의료인은 1개소의 의료기관만을 개설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있는 의료법 제30조 2항과 의료기관을 영리법인화 할 수 없게 하는 제 30조 2항 4호를 의료의 공공성을 의료의 계약적 자유보다 우선시 하는 사례로 꼽고 있다.
이 교수는 이와 같은 ‘사회국가적 기획’이 의료법이 아닌 공공의료보험체계 안에서만 표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심정윤리적 성격의 의사윤리나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려는 사회보장적 프로그램은 방어진료, 의료체계의 경직, 의료기술과 산업의 저성장 등 병리적 현상을 초래했고 그에 따라 의료개혁의 과제가 대두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그 해답을 의료체계 구성원 간의 ‘대화 관계 구축’에서 찾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치료적 대화를 기초로 한 환자와 의사간의 관계는 계약의 논리를 부분적으로 살린 탄력적 관계를 형성하게 하고, 관료적인 현 의료체계도 대화적 방식을 통해 구성원간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
이 교수는 또 의약분업과 같은 사회적 문제도 대화의 기재를 통해 권력적 강제가 아닌 의약관계 서비스 주체들간 상호작용으로 스스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