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병원에서 대장암 치료만 수련받다가 2차병원에 취직하면 배운 것을 써먹을 기회가 없다. 원론적인 부분에서 대장항문외과 수련 프로그램을 개선해야 한다."
서울대병원 대장항문외과 박규주 교수는 최근 코엑스에서 개최된 대장항문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이같이 설명하며 수련프로그램을 현실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수련 프로그램이 국내 의료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대장항문외과 분야가 독립된 외과 분야로 분명하게 자리잡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대장항문외과 내에서도 항문질환, 대장내시경, 대장암 등 세부분야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로 인해 대장항문외과 전문의 양성 프로그램은 아직 불완전한 부분이 많다"며 "학회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의료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는 수련과 임상 사이의 괴리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현재 외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대장항문외과 수련을 받는 전임의들은 대다수가 대학병원이나 대장항문 전문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교육 내용이 전혀 다르다는 것.
박 교수는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경우 대부분 대장암 수술과 항암치료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며 "반면 대장항문 수련병원의 경우 내시경 수련 기회는 많지만 대장암을 접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분석했다.
즉, 어떠한 곳에서 수련을 받아도 완전한 대장항문의사를 양성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는 현재 국내 의료 현실상 대장항문 전문 수련을 받은 의사들이 대장항문외과에만 종사하며 지낼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대장항문외과에서 교육받은 내용을 활용하려면 최소한 3차 의료기관 이상의 대학병원에 취직해야 하지만 대다수가 2차병원으로 유입되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박규주 교수는 "현재 중요한 것은 트레이닝 기간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가 아니라 수련기준을 좀 더 구체적으로 현실화 하는 부분"이라며 "대장항문외과 전임의가 향후 수련을 마쳤을 때 습득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데 학회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