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의대 전임교원이 대학 부속병원이 아닌 의대 협력병원에서 겸직할 수 있는 구체적인 후속조치가 입법예고되자 제도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1월 26일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사립의대 교원도 임상교육을 위해 필요한 경우 대학 총장의 허가를 받아 의대 부속병원이 아닌 협력병원에서 겸직할 수 있다.
사립의대 전임교원이 부속병원이 아닌 협력병원에서 겸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의대 부속병원이 없거나 규모가 적은 사립의대들은 의료법인, 사회복지법인 등과 협력병원 협약을 맺고, 이들 병원에 전임교원을 파견해 의대생 임상실습을 할 수 있게 된다.
관동대 명지병원,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가천의대 길병원,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을지대 을지병원,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차의대 차병원 등 17개 협력병원에 근무하는 1818명의 임상의사들이 전임교수직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 것도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사립학교법이 개정되자 최근 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총장이 협력병원 시설여건 등을 고려해 겸직기준을 정하고, 겸직허가는 대학 교원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며, 겸직교원의 직무는 임상 교육 및 연구, 진료 등을 고려해 총장과 협력병원이 협의해 정하도록 했다.
겸직교원의 보수는 대학에서, 진료수당은 협력병원에서 지급하게 된다.
다만 무분별한 임용을 막기 위해 겸직교원 총량을 제한했다.
교원의 겸직허가 범위 산출식은 다음과 같다
교과부에 따르면 이 공식을 적용할 경우 위에서 언급한 7개 의대만 하더라도 2900명 가량의 겸직 교수를 확보할 수 있다.
교원자격 논란이 된 1818명의 교수 외에도 1천명 이상을 추가로 겸직 교수 발령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립학교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겸직 교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7개 의대 외에 나머지 34개 의대도 겸직교원 총량 범위 안에서 얼마든지 의대 협력병원을 지정한 후 겸직교수로 발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A의대 교수는 10일 "이런 식으로 하면 전국의 웬만한 중소병원들이 의대와 협력병원을 맺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를 들어 현재 B의대 전임교수가 200명이고, 겸직교수 총량 제한에 따라 400명까지 늘릴 수 있다고 치자.
그러면 B의대는 300병상 이상급 중소병원 20개와 협력병원을 맺고 각 병원에 10명씩의 겸직 임상교수를 허가할 수 있다.
만약 각 병원당 겸직교수를 10명이 아니라 5명으로 제한하면 협력병원을 40개로 늘릴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의대 협력병원을 늘리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소지 역시 다분하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상당수 의대와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중소병원들이 돈으로 협력병원을 사고 팔 수도 있다.
사립학교법이 개정되기 이전에도 몇몇 의대가 협력병원을 지정하면서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을 받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의대 협력병원 뒷거래, 동네의원 직격탄 우려
정부가 겸직교수들에게 지원하는 사학연금, 건강보험료 부담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겸직교수 총량규제 공식이 시행되면 의대 신설 욕구를 더욱 부추길 것이란 주장도 있다.
A의대 교수는 "이런 공식이 적용되면 입학정원이 적은 의대라도 인가만 받으면 정부 지원도 받고, 여러 병원에서 뒷돈을 받아가며 교수를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의대를 신설하기 위해 혈안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대 협력병원의 무한 확대는 개원가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지역 중소병원들이 대거 의대와 협력병원을 맺고 소속 의사들을 교수로 임명하면 환자들은 사실상 대학병원과 구별하기 힘들다.
당연히 환자들은 동네의원과 의료수가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중소병원으로 대거 이동할 게 뻔하다.
C의대 교수는 "의대 협력병원, 교수라는 명칭은 환자들에게 신뢰를 주고, 동네의원 환자 이탈을 가속화할 것"이라면서 "이는 의료전달체계 왜곡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환기시켰다.
A의대 교수는 "겸직 임상교수 남발을 막기 위해서는 모든 겸직 임상교수를 해당 대학의 전임교수로 규정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논문, 연구 실적 평가에서 분모가 커져 해당 대학의 평가가 나빠지기 때문에 함부로 교수를 늘릴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교과부 측은 "겸직 교수라 하더라도 대학에서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공정하게 채용한 후 협력병원에 파견하는 것이어서 교수를 남발할 소지는 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