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DRG 도입 논리는 한국의 의료수준을 10년 전으로 되돌리자는 얘기나 다를 게 없다."
이주현 안과의사회 보험이사(수원이안과의원)는 16일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DRG(포괄수가제) 강제시행 움직임에 대해 이 같이 강조했다.
안과의사회는 지난 2010년 DRG 수가개편을 통해 백내장수술 수가를 대폭 인하한 것과 관련해 소송을 진행하는 등 DRG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주현 이사는 안과 개원의들이 정부의 DRG제도를 수용할 수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10년 전 백내장수술은 1주일을 입원하는 큰 수술이었다. 최근에는 의료장비의 발달로 상처부위를 최소화하고 회복을 빠르게 하면서 입원할 필요가 없어졌다.
환자는 회복이 빨라 돈과 시간을 절약하게 됐고, 의료기관도 시간 대비 더 많은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원가를 계산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과거 의료장비 없이 손으로 수술을 했을 땐 현미경 이외 고가의 장비가 없었지만, 최근 백내장수술은 1억원을 호가하는 초음파장비와 8천만원에 달하는 현미경이 사용된다.
즉, 의료장비의 발달로 치료효과가 좋아졌지만 의료기관들이 투자해야할 비용은 높아진 셈이다.
이주현 이사는 "정부는 의료장비의 도움을 받아 수술이 간단해지고 입원일수도 감소했으므로 수가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고가의 의료장비를 구입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수가를 낮추려고 한다면 결과적으로는 의료의 질을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 의학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안과 개원의들이 원하는 수가인상안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DRG를 통해 인센티브를 달라는 게 아니다. 원가만이라도 보존해달라는 얘기"라면서 "장비 비용은 갈수록 비싸지는데 수가는 계속해서 떨어지면 어쩌란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최소한 수가를 깎아선 안 된다. DRG라는 게 과잉진료를 막기 위한 것인데 원가를 감안하지 못한 제도라면 신규 안과개원의들은 다 망하라는 얘기"라면서 "특히 개원 초기에 환자는 적고 수가는 낮은 반면 의료장비는 비싼데 어떻게 버틸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