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부터 의료기관에 환자의 권리와 의무를 담은 게시물을 의무적으로 부착하고, 이를 위반하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하자 의사들이 발끈하고 있다.
복지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보면 병원은 ▲진료 받을 권리 ▲알권리 및 자기결정권 ▲비밀을 보장받을 권리 ▲피해를 구제받을 권리 등을 액자 형태로 게시해야 한다. 액자에는 ▲의료인에 대한 신뢰와 존중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를 받지 않을 것 등 환자의 의무도 함께 담도록 했다. 복지부의 이 같은 조치는 지난 2월 환자의 권리 게시를 명시한 의료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다.
문제는 의료기관 종별 액자 크기까지 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까지 부과하기로 하면서 불거졌다. 의료계는 "이런 게시판을 강제로 병원에 붙이게 하고,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발상"이라며 "아직도 일제시대, 군사독재시대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복지부를 질타하고 있다.
의협은 환자의 권리와 의무 외에도 정부의 권리와 의무까지 포함한 게시물을 일괄 제작해 의료기관에 배포하겠다며 역공에 나설 분위기다.
법을 위반하면 처벌을 받는 게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이 액자를 걸지 않았다고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발상은 너무나 권위적이어고 유치하다. 상식적이고, 상징적인 권리와 의무를 제정하면서 행정처분으로 다스리겠다니 납득이 가지 않는다. 복지부가 의료계를 '몽둥이로 다스려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들게 한다.
피해 구제받을 권리를 설명하면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상담, 구제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는 것 역시 복지부가 의료분쟁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의료전문가집단을 이런 식으로 취급한다면 의정간 협력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