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 50분 성균관의대 강의실. 출입문 앞에 학생들이 일렬로 늘어선다. 한명씩 지문 인식기에 손가락을 넣어 출석을 체크하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IT기술이 만들어낸 의대의 새로운 풍경이다.
화창한 봄날씨에 친한 친구에게 대출(대리출석)을 부탁하고 뜻이 맞는 선후배들과 막걸리 한잔 걸치던 모습은 추억속의 얘기가 됐다.
교수들이 학생들을 한명씩 호명하며 부르던 출석부가 이제는 첨단 IT기술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성균관의대는 학생들의 출석 체크를 위해 강의실마다 지문인식기를 설치했다.
학생들은 강의시작 예정시간 10분전부터 지문인식을 통해 출석을 확인해야 하며 강의가 끝난 후에도 다시 한번 인식기에 손가락을 넣어야 한다.
강의 시간이 1초라도 지나버리면 아무리 손가락을 넣어도 지문인식이 되지 않고 10분 이전에 지문을 찍었어도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
이같은 시스템을 도입한 곳은 비단 성균관의대 뿐만이 아니다. 대다수 대학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출결 상황을 엄격하게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도입했다.
가톨릭의대 학생들은 강의 시작전 자신의 자리에 앉아 미리 배부된 ID카드를 삽입하면 자동으로 출석이 체크된다.
이렇게 ID카드를 넣으면 교수의 강의판에는 학생의 학번과 이름 얼굴이 자동으로 표시되며 만약 강의 중간에 이 카드를 빼는 경우 출석이 인정되지 않는다.
의대 측은 이같은 시스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출결이 성적과 연동되는 이상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도 의대의 책임이라는 설명이다.
성균관의대 관계자는 "출결 상황이 성적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의대가 해야할 일"이라며 "열심히 출석한 학생들이 상대적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냐"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선 교수들은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삭막해지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일정 부분 필요성이 있다는 쪽도 있다.
성균관의대 A교수는 "출석을 부르며 학생들의 얼굴과 목소리, 그날의 상태 등을 확인하는 것도 강의의 일부"라면서 "지문으로 출석을 확인하는 것은 너무 삭막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가톨릭의대 B교수는 "출석을 부르고 중간중간 이를 확인하는 것도 시간이 꽤 걸린다"면서 "출결관리 시스템을 활용하면 이런 시간이 훨씬 줄어드는 만큼 강의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