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정신성의약품 허위처방전을 발급해 본인이 투약한 후 진찰료 등을 청구한 의사가 면허정지처분을 받았다. 이 의사는 잇단 사고로 우울증을 겪었고, 개인회생 절차를 밟았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의사 P씨가 복지부를 상대로 의사면허정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했다.
복지부는 2010년 P원장이 운영중인 의원에 대해 현지조사한 결과 자신의 친척이나 과거 내원한 환자 인적 사항을 이용해 마치 최면진정제 스틸녹스 등을 실제 처방한 것처럼 허위 진료기록부를 작성한 것을 확인했다.
P원장은 이처럼 허위 발급한 원외처방전으로 본인이 스틸녹스 등을 조제받아 복용하고도 진찰료와 약국 약제비 등 요양급여비를 청구해 2300여만원을 부정수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P원장은 이런 방법으로 약국에서 11만여정의 스틸녹스를 구입한 후 1만 5천여정을 직접 투약했다.
이 때문에 P원장 마약관리법 위반으로 기소돼 2010년 9월 대법원으로부터 벌금 1천만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와 함께 P원장은 요양기관 업무정지 74일 처분에 이어 의사면허정지 2개월 15일 처분까지 내려졌다.
이에 대해 P원장은 "복지부 현지조사에서 위법 확인서에 서명한 적이 있지만 이는 형사처벌을 받고 있던 기간이라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한 것"이라며 "조사 내용이 사실과 다르며, 실제 스틸녹스를 처방받은 환자들도 상당수"라고 항변했다.
특히 그는 "이 사건으로 인해 상당 기간 구속된 바 있고, 개인회생절차까지 밟았다"면서 "스틸녹스를 복용한 것도 낙상, 교통사고, 임신중절 등의 후유증으로 심한 불안감과 우울증을 겪으며 치료받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하지만 재판부는 P원장의 주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서명한 현지조사 확인서가 강박상태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업무정지처분을 받은 뒤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가 취하하는 등의 행태를 보인 점 등을 종합할 때 형사판결 사실 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못 박았다.
또 재판부는 "원고가 허위 처방전을 발급해 스틸녹스를 구매한 이유가 교통사고 후유증에 대한 자가치료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허위처방전 발급 횟수나 경위 등에 비춰볼 때 위반 정도가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