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과정에서 과실이 없다 하더라도 합병증 위험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방법원 제8민사부는 최근 환자 K씨가 모대학병원과 병원 의사 S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 이같이 선고했다.
K씨는 2008년 6월 친구들과 야구를 하던 중 야구방망이에 오른쪽 눈 부위를 맞아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당시 K씨는 안압이 정상범위인 15~25mmHg보다 높은 36mmHg였고, 전방 출혈이 4mm 가량 발생한 상태였다.
그러자 의사 S씨는 세극등 검사를 통해 전방출혈 및 안압상승을 확인한 후 안압치료를 위해 만니톨 등을 주사하고 안압약을 점안했다.
이후 안압이 20mmHg로 떨어지고 전방출혈에 의한 안저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초음파촬영 결과 유리체, 망막, 맥락막 등에서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자 S씨는 안압하강 점안제, 스테로이드 점안제, 산동조절마비 점안제를 처방하고 환자를 퇴원시켰다.
하지만 K씨는 3일 후 오른쪽 눈 부위의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다시 내원했는데, 전방출혈 및 재출혈로 인해 안압이 45mmHg까지 상승하고, 홍채해리, 외상성 백내장, 이차성 녹내장 및 각막혼탁 등가지 발생한 상태였다.
이에 따라 다음날 오른쪽 눈의 전방세척술을 비롯해 수차례에 걸쳐 전방세척술과 백내장 및 녹내장에 대한 인정수정체 삽입술을 받았다.
하지만 사실상 실명상태가 됐고, 녹내장 치료에 별다른 효과가 없어 안구 통증이 올 경우 안구적출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의사 S씨는 환자에게 외상성 전방출혈의 위험성, 발생가능한 합병증 등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고 통증이 발생하면 즉시 병원에 내원해 치료받도록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아울러 지도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재판부는 "이로 인해 환자는 퇴원후 전방출혈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재출혈이 광범위하게 발생할 때까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해 지도설명의무 위반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S씨가 실시한 진료 자체에는 어떤 과실이 있다록 보기 어렵고, 외상성 전방출혈의 경우 대개 별다른 합병증 없이 증상이 완화돼 재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비교적 드물다"면서 손해배상 책임 비율을 60%로 제한, 8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