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포괄수가제에 대한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발표하자 의료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의대 권용진 교수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설문조사 방침 철회하고, 정부와 대화를 공개적으로 제안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의협의 설문조사 방침이 진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못 박았다.
그는 의협 설문조사에 대해 세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의협은 전문가단체로서 전문성(지식과 직업윤리)을 근거로 사회에 의견을 말하는 단체"라면서 "국민들에게 물어보겠다는 것은 전문가단체로서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라고 환기시켰다.
이어 그는 "설령 의협이 전문가단체로서가 아니라 이익단체의 위상으로 주장을 하고 있다고 한다면, 그 상대가 국민과 정부인데 상대방에게 의견을 물어 내 입장을 정하는 꼴이 된다"고 꼬집었다.
지금까지 의협의 주장이 이익단체로서 행동이라면 의료의 질 하락 같은 얘기는 전문성에 근거한 주장이 아니라 그냥 전략이었던 것이 되고, 이는 들어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게 권 교수의 지적이다.
특히 권 교수는 "협상과 전략 차원으로만 생각해보면 더 큰 문제가 있다"면서 "앞으로도 의협은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국민들에게 물어보겠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내가 정부나 시민단체라면 수가협상 때마다 설문조사를 하자고 할 것이고, 의협은 백전백패할 게 뻔하다"면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선례를 남길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의사 회원들은 협상 전문가라고 자처했던 노환규 회장이 무엇인가 더 큰 전략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도 "의협이 택한 '출구전략' 치고는 지금까지 한 일 중에 가장 큰 패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대로 가면 의협은 회원들이 돌아서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점점 나홀로 강경투쟁을 하게 되고, 몇 사람은 격려방문을 하겠지만, 저수가 체계라는 건강보험의 근본문제를 고쳐야 한다는 민초 의사들의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권 교수는 정부와 공개적인 대화를 제안하고 나섰다.
그는 "결국 대화의 테이블을 만들어야 하는데 의협이 너무 작은 이슈를 들고 감정적으로 싸움을 벌이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수가체계 전반, 건강보험 패러다임 자체로 아젠다를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일한 대안은 일단 서로 마주 앉아 미래를 위한 대안을 공동 모색하는 것"이라면서 "의사 회원들과 국민들에게 모든 과정과 논의 근거를 공개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그는 "정부와 의협이 공동 부담으로 연구를 해가면서 미래를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이대로 가면 모두가 패배자가 되는 슬픈 결론만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