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 확대 시행과 관련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직면한 보건복지부가 중소병원들을 대상으로 제도에 대한 오해풀기에 나섰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보건복지부 배경택 과장(보험급여과)은 15일 중소병원협회가 주최한 학술세미나에서 '포괄수가제 운영성과와 확대방향'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제도 확대 시행에 대한 중소병원들의 우려를 해소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주제발표는 당초 일정에 없었지만 몇일 전 복지부의 요청에 의해 진행된 것.
배 과장은 주제발표에서 포괄수가제 시행은 의료의 질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의료계의 우려를 불식시키느라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는 "전문병원 중 대장항문 4곳, 안과 8곳 모두 DRG에 참여하고 있으며 산부인과는 18곳 중 9곳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면서 "이것만 보더라도 의료의 질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것은 우려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 행위별수가나 포괄수가제 시행 의료기관별로 재입원율 또한 크게 차이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충북대와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지난 2009년 실시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행위별수가에 대한 환자 만족도는 87%인 반면 포괄수가제에 대한 만족도는 96%로 더 높았다"면서 "해외에서도 의료의 질이 떨어졌다는 내용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배 과장이 장점을 강조했지만, 학술세미나에 참석한 일선 중소병원 관계자들에게 정부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병원 관계자들은 정부가 제도 시행 초기에 의료기관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수가를 높였다가 이후에 수가를 인하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드러냈다.
지방의 한 중소병원 관계자는 "포괄수가제의 성과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장 포괄수가제가 확대 시행된 직후에는 괜찮겠지만,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몇년 후 인건비 증가와 장비 가격이 상승하는데 정부가 수가를 인하했을 때 대안이 없다는 것"이라면서 "정부는 원가를 반영해 나가겠다고 약속하지만 신뢰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중소병원장은 "정부가 의료기관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사탕발림으로 수가를 올렸다가 나중에 낮출 수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배 과장이 "그동안 정부가 의료계에 신뢰를 못 줬다면 사과한다. 앞으로는 귀를 열고 의료계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일선 중소병원 관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러자 그는 "지금까지는 수가를 책정할 때 환산지수만 변화를 줬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수가 조정기전을 만들 예정이다. 신의료기술 등을 감안해 의료서비스 활동을 수가책정에 반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의료계가 주도해서 표준진료지침을 마련하고, 의료 현장에서 잘 운영된다면 의료계가 우려하는 문제점이 해결될 것"이라면서 "이는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표준진료지침에 따라 진료한 의료진은 법원 판결에서도 보호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